광고 하나 클릭했을 뿐인데...핸드폰 열어보기가 겁난다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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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사기를 직접 겪을 일은 없었다.
원체 의심이 많아 재테크 관련 광고를 클릭하지 않았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연락처를 외부에 알린 적도 없었다.
지난해 말 SNS 유명인을 참칭한 투자 사기를 취재한 게 계기다.
모종의 경로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뒤 이 메시지를 받고, 여기에 답변하면 본격적 투자 사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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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사기를 직접 겪을 일은 없었다. 원체 의심이 많아 재테크 관련 광고를 클릭하지 않았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연락처를 외부에 알린 적도 없었다. 올해 초부터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각종 주식과 비트코인, 보험, 부동산 정보가 휴대전화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틀에 한 번꼴로 전화도 온다. 세상이 내 지갑만 노리는 기분이다.
이렇게 된 이유를 안다. 지난해 말 SNS 유명인을 참칭한 투자 사기를 취재한 게 계기다. 범죄 수법을 기사화하기 위해 페이스북에서 가짜 광고를 직접 클릭해보았다. ‘개인정보를 외부에 전송하는 데 동의하는지’ 묻는 상자가 떴고, 쓴 입맛을 다시며 ‘네’를 눌렀다. 동의 절차는 쉬운 데 비해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 혹독했다. 뒤늦게 페이스북의 개인정보를 전부 삭제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대개는 제목만 보고 스팸 메시지를 삭제하지만, ‘무슨 소릴 지껄이는지 들어나 보자’는 심산으로 본문을 읽을 때가 있다. 삼성전자, 엔비디아보다 유망한 종목이 있다며, 5000% 수익을 보장한다고 호언장담한다. 자신들만 아는 필승 비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모종의 경로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뒤 이 메시지를 받고, 여기에 답변하면 본격적 투자 사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자신만만한 스팸 메시지를 찬찬히 읽고 있자니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렸다던 취재원이 생각났다.
60대인 취재원은 기자에게 제보하기까지 경찰에 신고도 안 했다고 했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느라 짬이 안 났다는 것이다. 절반쯤만 사실인 말이었다. 그는 부끄러워했다. “나이를 이렇게 먹고 홀랑 속아버린 것”을 자꾸 자책했다. 경찰서에 가면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하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확인하게 될까 봐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그에게 경찰 신고 방법을 알려주고 요즘 사기 수법은 교묘해서 누구나 속을 수 있다고 위로했다. 연신 고마워하면서도 제보자는 아들뻘인 기자에게 도움을 받는 상황이 견디기 힘든 듯 보였다.
몇 달 전 그 제보자에게 연락할 일이 있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지방에 내려갔다고 했다. ‘잘 지내시는지’ 의례적으로 묻는 말을 그에게는 덧붙일 수 없었다. 한번 사기에 당한 그는 여전히 투자를 권하는 스팸 메시지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취재 당시 그가 “핸드폰을 열어보기도 겁이 날 정도”라고 말한 일이 생각났다. 경찰에 따르면 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 접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4000건 가까이 된다고 한다. 사기꾼들의 요설을 접할 때면 고개를 떨군 취재원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와 다른 이들이 걱정된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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