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두 쪽 난 K방산 전시회…머리 싸맨 방산업계·외교가

최지훈 2024. 8. 2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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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 DX 코리아 이어 곧바로 10월 초 KADEX 개최
방산업체·외교가 혼란…KADEX, 비상활주로 활용 논란
中근로자 고용에 보안 문제…전시용 텐트 안전 우려도
​ 지난해 열린 ADEX에는 당시 국회의장인 김진표 의장과 육·해·공·해병대의 주요 인사들이 방문했다./사진=최지훈 기자 jhchoi@ ​

K-방산 수출의 핵심 창구인 방위산업전시회가 사상 처음으로 두 곳에서 연달아 열리면서 외교사절단과 국내외 방산업체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한 전시회는 국군 수뇌부가 밀집한 곳을 전시회 장소로 잡으면서 국가 핵심 전략 자산에 대한 보안에 허점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치 중인 전시용 천막에 대한 안전상의 우려도 높다. 

외교사절단·방산기업들 어디로 가나 '혼란'

2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내달 25일부터 28일까지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4(DX코리아)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다. 곧이어 10월 2일부터 6일까지는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가 계룡대(3군 본부 소재지) 비상활주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방산 전시회는 육군과 해·공군 방산업체가 격년으로 진행하는 행사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방사청) 등 16개 기관이 후원해왔다. 기존에는 DX코리아가 10년 동안 방산전시회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육군협회가 육군 방산 전시회를 따로 추진에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올해 DX코리아는 16개 기관 모두의 후원을 받은 반면 KADEX는 3개 기관의 후원만 받았다.

이처럼 방산 전시회가 연달아 열리면서 방산기업들은 참여 여부를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참여할 경우 부담이고 한곳만 골라 참여할 경우 다른 한쪽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가 신청 마감을 이틀 앞두고 있는 현재 방산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두 곳 모두 참여하자는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사절단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외교가에 따르면 주요 방산 수출국이자 대부분의 우방국은 DX코리아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초청받은 주한 외국 대사·무관(지난 28일 기준 25개국 30여명), 해외 군 관련 요인(VIP)·획득 관계관(폴란드, 아랍에미리트 등 17개국 약 40여명), 해외 방산 전문 고객(미국, 호주 등 20개국 30여명)은 DX코리아를 선택했다.

다만, 나머지 분야의 외교사절단은 정무적 판단 등을 이유로 두 곳을 모두 챙길지, 한곳만 갈지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 초청받은 국가는 50여개국이 넘는다. 선택을 강요받은 외교사절만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 회장은 "방산전시회는 기본 목적이 방산물품 수출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KADEX가 갑자기 전시회를 강행하면서 외교사절단들은 두 전시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전시가 두개로 나뉘면서 전시의 질적 수준도 하향평준화됐다"며 "지난번 전시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K-방산 수출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KADEX, 중국인 근로자 활용 논란

현재로서는 후발주자인 KADEX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KADEX 전시 천막을 중국인 근로자와 마케터가 진행하면서 외교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룡대 비상활주로와 내부를 돌아다니는 중국인은 기술자 4명과 마케팅 전문가 1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산 관련 전시회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특성상 북한·러시아를 비롯해 중국도 초청 국가가 아니다. 이렇다보니 초청받지 못하는 국가의 기술자들이 국가 핵심 자산인 계룡대 비상활주로에 들어와 행사에 필요한 중국산 천막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우방국 외교사절단에 안보 위협으로 비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대(對) 중국 정책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데릭 모건 미 헤리티지재단 부대표가 '자유무역협정(FTA) 동맹국에 대한 관세는 옳지 않지만 중국에는 적절하다. 그 이유는 안보 위협이다'라고 말한 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삼성전자도 한국 반도체 공장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에 공장을 지을 때도 주요 공정과 관련된 공간은 보안을 위해 한국인들에게 맡긴다고 덧붙였다.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중국인 근로자들이 KADEX 개최를 위해 천막을 설치하고 있다./사진=최지훈 기자 jhchoi@

계룡대 비상활주로에 중국인 활보…작전 사용도 '올스톱'

계룡대 비상활주로 등은 현재 별다른 제재나 감시 없이 KADEX 천막 설치를 위해 중국인 근로자들에게 넉 달 가까이 개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수뇌부가 밀집한 계룡대 비상활주로는 비상 상황에서 수송기와 헬기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유지돼야 하는 군사 작전의 핵심 자산이다. 

군사 보안 전문가인 이진 사이버안보연구소 소장(대표 정경두 전 국방장관)은 "천막 구조물 자체는 보안 상의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외국인 기술자들이 주요 군사 시설에 머물면 군사 기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국민을 통해 작업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근로자들이 방산 전시회 천막을 설치하고 철거하는 최소 3개월 동안 계룡대 비상활주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는 것도 문제다. 계룡대 통합 예규 제8장 계룡대 활주로 운영규정 153조, 155조, 156조 등에 따르면 계룡대 비상활주로는 '수송기 및 헬기의 이·착륙 및 작전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훈련 및 행사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규정에는 비상활주로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항공기 이·착륙 및 작전 상황 발생 시 '즉시' 사용중지해야 하며, '작전 활동'을 위해 활주로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도록 돼있다.

지난해 경기 성남시 서울 비행장에서 개최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의 경우 천막은 활주로가 아닌 유휴부지에 설치됐다. 활주로에는 비행기와 기갑차량 등 이동 가능한 장비만 전시돼 있어 유사시 1시간 이내에 활주로 기능이 정상적으로 복구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하지만 KADEX의 경우 이달 초부터 비상 활주로에 약 3만 6000㎡(약 1만 900평) 규모의 초대형 고정식 천막이 설치되면서 3개월 이상 작전 사용이 불가능하다. 

​ 지난해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ADEX) 비즈니스 데이에 수많은 국내외 고위급 군 관계자 및 정치·외교 관계자가 참석했다./사진=최지훈 기자 jhchoi@ ​

내구성 약한 중국산 천막 설치 '설상가상' 

국내외 최고위급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 KADEX 전시회 장소에 현재 설치되고 있는 텐트가 중국산으로 나타나면서 이 역시 일부에서는 우려를 제기한다. 중국산 알루미늄 홀(AL/HALL) 텐트의 경우 강풍에 취약해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상되는 만큼 안전상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지난해 열린 ADEX에서 사용된 TFS(Tension Fabric Structure) 천막의 경우 측면 모서리가 56도의 유선형 구조로 설계돼 바람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반면 이번 KADEX 천막은 수직으로 기둥을 세우고 천을 덮어 씌우는 구조라 강풍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초대형 천막 설치업계 관계자는 "KADEX 천막과 같은 알루미늄 홀 텐트의 직벽 구조는 바람의 저항을 높여 계룡대 비상활주로와 같은 강풍 지역에서는 텐트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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