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무총감 “부모들 양육 스트레스 위험 수준… 정신건강 돌봐야”
“외로움 커지고 이전 세대 없던 새 스트레스 직면”
아동 세액공제 확대는 美대선 화두이기도
미국 연방정부 공중보건 최고책임자인 비벡 머시 의무총감 겸 공중보건서비스(PHSCC) 단장이 28일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위험 수준에 도달해 적절한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육아 과정에서 얻는 각종 스트레스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공중보건 위협으로 간주한 것이다.
머시 의무총감은 이날 발표한 권고문에서 “육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부모들의 정신 건강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운동과 충분한 수면, 여가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필요할 때 정신 건강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부모가 본인의 웰빙을 챙기는 일이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육아 과정에서 얻는 보람과 기쁨만 강조하고 스트레스와 희생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시선은 옳지 않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머시 총감은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가면서 육아 스트레스 해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심리학협회를 인용해 부모의 절반이 매일 ‘압도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고, 건강보험사 시그나의 자료를 근거로 “자녀가 있는 부부(65%)가 그렇지 않은 부부(55%)보다 더 외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개인 경험도 소개했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외과의사 출신인 그는 몇 년 전 자신의 어린 아들이 감기에 걸려 호흡 곤란을 겪은 경험을 언급하면서 “낯선 도시에서 아내와 함께 아픈 아기를 안고 있으며 무력감을 느꼈고 외로웠다”고 했다. 머시 총감은 “육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과 혜택은 너무 많다”면서도 “부모가 괜찮지 않으면 아이들도 고통받기 때문에 운동과 수면, 여가 활동 등을 통해 부모 스스로가 본인의 웰빙을 챙겨야 한다”고 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부모나 친구 등과 관계를 발전시키고, 본인과 가족을 위한 보험에 가입해 적시에 정신 건강 치료를 받을 것도 권유했다.
머시 총감은 급격한 도시화로 생활 양식이 변하며 이전처럼 대가족이나 지역사회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육아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것도 문제점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 “자녀 양육의 일차적 책임은 부모와 보호자에게 있지만, 사회 전체가 이런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며 고용주와 정책 입안자, 지역사회 지도자 등이 보육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의무총감은 장교 6000여 명으로 구성된 준(準)군사 조직을 이끌며 일반 국민의 건강을 돌보는 미국 ‘국가 주치의’이다. 이번 권고문은 2021년 조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의무총감에 임명된 머시가 지난 몇 년 동안 전국을 돌며 부모들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발표된 것이다. 그는 “부모들의 스트레스와 긴장이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이전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스트레스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의 폐해와 그에 따른 청소년 정신 건강의 위기가 대표적인데,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는 부모라도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보고 행동하는 모든 것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머시 총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육아를 팀 스포츠가 아닌 개인 스포츠로 인식하게 됐지만 부모들은 여전히 가족, 친구, 이웃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머시는 자녀 소득세 세액 공제 같은 제도적 조치를 요구했는데, 이는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6일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 출산할 경우 6000달러(약 800만원)의 신생아 세액 공제를 1년 동안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1년이 지난 후에도 자녀가 17세가 될 때까지 매년 자녀 한 명당 3600달러(약 480만원)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 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 역시 소득과 관계 없이 자녀 한 명당 5000달러씩 세액 공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미국은 부부 합산 소득이 40만 달러 이하인 가정에 대해 자녀 1인당 최대 2000달러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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