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복수하려 쓴 위안부 소설, 할머니 만나고 목적 변해”(유퀴즈)[어제TV]

서유나 2024. 8. 2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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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뉴스엔 서유나 기자]

배우 겸 작가 차인표가 '위안부' 피해자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전했다.

8월 28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259회에는 '잊고 살면 안 되는 것' 특집을 맞아 차인표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유재석은 "저도 뉴스를 보고 '이게 웬일이야'했다"며 차인표가 쓴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 영국 명문 옥스퍼드 대학 필독서가 된 소식을 축하했다. 차인표는 놀란 지인들의 축하 연락이 많이 왔을 것 같다는 말에 "제가 제일 놀랐을 것 아니냐"면서 "재석 씨가 저를 '작가'라고 부르는데 굉장히 어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교로부터 직접 연락 받았냐는 질문에 "교수님에게 연락 와 '3, 4학년과 석박사 학생 교재로 쓰고 싶은데 허락하겠냐'고 해서 너무 감사해서 하게 됐다"고 답변, 옥스퍼드 대학 43개 칼리지 도서관에 책을 다 비치하게 된 사실을 자랑했다.

차인표는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된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1997년 8월 4일"이라고 날짜를 밝힌 차인표는 "신혼 때였는데 집에서 TV 뉴스 생중계를 보는데 김포공항이었다. 공항 입국장 문이 열리니까 어떤 조그만, 머리는 짧고 두꺼운 안경을 쓴 눈이 동그란 할머니 한 분이 걸어나오시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캄보디아 정글에서 발견된 훈 할머니 그분이셨다"며 "위안부로 1942년 끌려가셨다가 55년 만에, 돌아가시기 전에 고향에 가보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한국에 오신 것. 한국말은 잊어버리셨는데 한국말은 더듬더듬 부르시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수많은 여성들이 그런 일을 당했잖나. 그 역사를 생각하며 여러 감정이 교차하더라. 슬픈 감정과 일본군들에 대한 분노, 우리 여성을 지키지 못한 부끄러움. 몇 달 동안 진정이 안 되다가 '소설로 써보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설을 10년이 걸려 완성했다는 차인표는 "소설 작법도 몰라 뒤늦게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독학하고 책을 사서 읽고 온라인 강의도 들으며 완성한 책이라고.

차인표는 무엇보다 글 쓰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농사 지으시는 어머니께 '피곤하실 테지만 봐주실래요?'라고 했다. 어머니가 질문을 많이 하셨다. '백두산에 정말 이런 식물이 살아?'라고. 어머니가 '작가에게 있어서 상상력을 중요하지만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상상력은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다'고 딱 한마디 해주셨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출발점을 찾는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2006년 소설의 배경이 되는 백두산도 실제로 가보는 등 꾸준히 자료를 조사하고 기록한 차인표는 "당시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들의 나이가 16, 17살 이랬다. 실제 훈 할머니도 본인 증언에 따르면 모내기하고 있던 마을에 일본군이 와서 짐 싸라고 해서 나가보니 온 동네 처녀들이 나오고 있었고, 부산에서 배를 타니 군인과 젊은 여성이 가득 차 있었다더라. 15일을 배를 타고 가 싱가포르에 도착해 9명이 내렸고 조그만 방을 배정받았다고 한다. 16살이었다. 사람이 존귀한데 이런 취급을 받은 역사가 우리나라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 아프고 지키지 못한 분노도 있었다"고 글을 쓰던 심경을 드러냈다.

차인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계신 '나눔의 집'에 봉사하러 간 적도 있었다. 차인표는 "2007년 4월 아주 화창한 봄날이었다. 햇볕 따스하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날이었는데 마침 제가 간 난 할머니들이 한복을 다 입으시고, 그 당시 아홉분 계셨는데 마당에 나와 일렬로 앉아 계시더라. 조선희 사진작가님이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자원봉사를 하러 오신 거다. 그 모습 지켜보는데 '할머니들이 이렇게 한 분씩 한 분씩 돌아가시겠구나. 세상을 떠나시고나면 아무도 이 이야기를 해 줄 사람이 없겠구나. 그러면 다음 세대애겐 누가 이 이야기를 해주지'라는 마음이 들더라"고 밝혔다.

그러곤 "할머니 마음을 진정한 사과는 못 받으셨어도 편하게 해드리고 싶더라. 소설 목적이 이분들 마음으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로 그날 바뀌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차인표는 "실제로 독자분들 중에 '주인공이 안 끌려갔으면 안 됐나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저도 역시 똑같았다. 그러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처음 소설 쓸 때는 단순하게 할머니들에게 이런 일을 한 (이들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소설을 쓰며 마음이 바뀌었고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됐다. 결국 할머니 마음을 가볍게 해드리고 싶고, 제 소설에 등장하는 일본군 장교 '가즈오'도 죽기 전 순이를 업고 가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한다"며 소설에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마음을 담았음을 드러내 뭉클함을 자아냈다.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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