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보고 듣다 보면 대통령 구상도 사라져”… 거침없는 오세훈

박준우 기자 2024. 8. 2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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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은?’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중앙정부 부처를 상대로 연일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2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 23일 부산 동서대에서 열린 ‘2024 한국정치학회 국제학술대회’ 특별 대담에서 기획재정부를 직격했다.

오 시장은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틀어잡고 지방정부를 컨트롤하면서 끌고 가는 힘은 돈에서 나온다"며 "기재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정책은 펼 수 없다. 비단 발전 정책이나 경제 정책뿐만 아니라 모든 정책이 그렇다. 왜냐하면 모든 정책에 돈이 들어가니까"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대통령도 기재부에 휘둘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웬만큼 자기 확신이 없는 지도자가 신임 대통령이 되면 6개월 뒤면 본인의 구상은 다 흐릿해진다"며 "기재부 공무원을 비롯해서 중앙 부처 공무원들의 보고를 쭉 듣다 보면 대통령이 되기 전에 가졌던 구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또다시 과거에 구사했던 정책 논리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짚었다.

이어 "어떤 지도자건 정말 굳은 실천 의지를 가지고 덤빌 때 비로소 그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지 그냥 자기 확신 없는 일종의 종이 위의 마스터플랜만 갖고 국정을 운영하게 된다면 아마 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기재부 공무원의 4분의 1을 전국 각지로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에서 지방으로 모든 인적 자원, 훈련 받은 엘리트 공무원들까지 다 하방시켜서 나눠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재부를 저격한 오 시장은 다음달 시범 사업 개시 예정인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와 관련해서는 지급하는 임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고용노동부와 법무부에 태도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 참석,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에 최저임금을 적용시킨 고용노동부를 겨냥해 "서비스 개시를 일주일 앞둔 지금까지도 어렵게 도입한 제도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의 경우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이 월 최소 83만 원, 싱가포르는 48만∼71만 원인데 이번 시범사업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이용 가정에서 월 238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며 "보통의 맞벌이 가정이 이용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육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드리겠다는 것이 당초에 제가 제도 도입을 제안한 취지였는데 지금과 같은 비용이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외 돌봄 인력을 도입해 봐야 중산층 이하 가정에는 그림의 떡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법무부를 겨냥해서도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문제와 관련해 E7 비자 대상 직종에 ‘가사사용인’ 추가 등을 제안했지만 법무부는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극적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삶의 현장에서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과 코앞에 닥친 현실에 비하면 법무부의 대처는 매우 안이한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무부도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졸업생,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 등의 가사사용인 활동을 확대하는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조만간 닥칠 돌봄 대란을 생각하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중앙 정부 부처를 연이어 비판한 오 시장은 지방 분권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3일 국토 균형 발전 전략인 ‘4개의 강소국 프로젝트’를 제시하며 이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 10만 달러 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는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4대 초광역권이 독자적인 전략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각자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중앙 정부가 행정 권한과 입법 권한을 지방 정부로 대폭 이양해야 한다며 지방 차원에서 통합 행정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국세와 지방세의 5대5 세입 분권, 포괄적 보조금제 등 세출 분권 강화, 고등교육과 외국인 유치 정책 등에 관한 권한 위임 등을 구체적인 대책으로 언급했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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