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24]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정부가 과학 데이터 적극 공개해 국민 설득해야"

부산=이병구 기자 2024. 8.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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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나 스웨덴도 처음 방폐장 부지를 선정할 때는 찬성률이 30~40%뿐이었습니다. 사업자와 정부가 계속 과학기술적인 증거를 공개하고 국민적 신뢰를 쌓아 세부 결정 단계부터는 60% 이상의 찬성률이 나왔습니다. 대정부 신뢰도가 낮은 프랑스는 정보공개는 물론이고 관련법 제정 등으로 국민의 신뢰도를 적극 올렸습니다."

27일 부산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에서 만난 지성훈 한국원자력연구원 저장처분기술관리부장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하며 "부지 선정만 된다면 기술적 걸림돌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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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인터뷰 중인 지성훈 원자력연 저장처분기술관리부장(왼쪽)과 진광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이병구 기자

"핀란드나 스웨덴도 처음 방폐장 부지를 선정할 때는 찬성률이 30~40%뿐이었습니다. 사업자와 정부가 계속 과학기술적인 증거를 공개하고 국민적 신뢰를 쌓아 세부 결정 단계부터는 60% 이상의 찬성률이 나왔습니다. 대정부 신뢰도가 낮은 프랑스는 정보공개는 물론이고 관련법 제정 등으로 국민의 신뢰도를 적극 올렸습니다."

27일 부산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에서 만난 지성훈 한국원자력연구원 저장처분기술관리부장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하며 "부지 선정만 된다면 기술적 걸림돌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함께 만난 진광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과학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생산하고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들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대국민 신뢰도를 올리기 위해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준위 방사선폐기물 영구처분시설(고준위 방폐장)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한 장소에 오랜 기간 처분하는 시설이다. 발전에 쓰인 핵연료는 사용 후에도 연쇄반응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열과 방사성 물질을 방출한다. 원전 내에 임시로 보관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양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사용후핵연료를 수천년에서 수십만년까지 따로 보관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가 지하 방폐장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인간이 만든 공학적 방벽으로 감싸고 이를 다시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안정적인 암반에 묻어 '자연 방벽'으로 둘러싸 방사성 물질이 지구 생물권까지 나오지 않도록 처리하는 방식이다. 핀란드는 지하 420m에 있는 단단한 화강암에 지하 방폐장을 지어 2025년부터 세계 최초로 지하 방폐장을 운영한다.

지성훈 부장은 "공학적 방벽과 자연 방벽은 각각 10~20만년을 버틸 수 있는 기준으로 설계된다"며 "이 정도 기간이면 핵연료가 자연 상태의 우라늄이 되는 수준의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방폐장 부지 선정에 활용되는 지질학적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 먼저 암반이 끊어질 확률이 높은 큰 단층대를 피한다. 또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더라도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에 녹아 생물계로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하수가 표면으로 이동하는 속도인 '수리전도도'도 고려한다. 금속으로 된 공학적 방벽이 부식되면 가스가 발생하면서 방사성 물질이 이동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이것도 기준에 포함되어 디자인된다.

높은 온도도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열이 높은 곳도 방폐장에서 제외된다. 지성훈 부장은 "사용후핵연료는 먼저 원전에서 임시 보관하며 100℃ 수준으로 식히는데 이 정도면 공학적·천연 방벽에 주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지하 방폐장을 건설할 수 있는 암석의 종류는 크게 결정질암(화강암)과 점토질암(퇴적암)으로 나뉘며 암석에 따라 방폐장 설계 방식이 조금 달라진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결정질암, 스위스와 프랑스가 점토질암을 선정했다.

지광훈 책임연구원은 "한국은 약 35%가 결정질암, 25%는 점토질암으로 현재까지는 결정질암 연구가 더 많이 됐지만 둘 다 고려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각 나라에 맞는 암종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성훈 부장은 "최고의 장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방폐장 기준에 적합한 부지가 충분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합한 부지 선정이나 방폐장 시스템은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달라질수 밖에 없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규제 기관에서 정한 큰 안전 기준을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부산=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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