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에이비엘 대표 "내년 4000억 실탄 확보…ADC 신약 성공사 쓸 것"

김동욱 기자 2024. 8. 29.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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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초대석]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자금 조달 부담 덜어… 내년 흑자 전환 기대감
"지속 가능한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도약"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최근 머니S와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사업 계획 등을 밝혔다. 사진은 이 대표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최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자금 조달 부담을 덜었습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현금과 추가적인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 새로운 기술이전으로 유입되는 자금 등을 합치면 내년에만 4000억원의 자금이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자금을 바탕으로 이중항체 ADC(항체-약물 접합체) 파이프라인을 개발해 성과를 내겠습니다."
최근 만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61)의 포부다. 이 대표는 회사 핵심 사업인 이중항체 ADC를 필두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한다. 이중항체 ADC는 기존 단일항체 ADC보다 효능이 뛰어나고 독성 부작용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약 출시에 성공한 업체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업계 최고 기술력 평가… IND 계획 '순항'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차세대 항암제로 평가받는 ADC는 ▲암세포 표면 특정 표적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링커 등으로 구성된다. 항체와 약물을 결합한 덕분에 타깃하는 암세포만 공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중항체 ADC는 하나의 항원만 표적하는 단일항체 ADC보다 정확하게 약물을 타깃에 전달할 수 있어 약효가 강하다. 서로 보상 관계에 있는 두 개의 표적을 동시 공략해 암세포의 저항성 획득도 억제할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기술력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중항체 기술력과 ADC 개발 경험을 살려 내년까지 최소 3개 파이프라인에 대한 IND(임상시험계획)를 신청하고 개발을 본격화할 것이란 게 이 대표 계획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3개의 이중항체 ADC 프로젝트 중 2개에 대해선 이미 원숭이 독성 실험을 시작했다. 임상 진입을 위한 초석을 닦기 위해서다. 전 세계적으로 이중항체 ADC 개발이 초기 단계인 점을 고려하면 에이비엘바이오의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이다.

이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이중항체를 연구한 지 벌써 8년이 돼간다"며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임상 수준의 연구 결과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비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임상 단계 기술이전을 노릴 것"이라며 "기존보다 높은 수준의 업프론트(계약금)를 수령해 지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내년까지 4000억원 확보… 흑자 전환 '정조준'


이 대표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기술개발을 뒷받침할 자금 조달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달 14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글로벌 빅파마와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B·그랩바디-T에 대한 기술이전 논의를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신규 계약금 수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과 신규 기술이전 계약금, 600억원 규모 마일스톤 등을 합치면 내년에는 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회사 운영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자금 조달 부담을 던 만큼 기술개발 및 흑자 전환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번 유상증자를 끝으로 당분간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언한 이유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마일스톤 수령으로 적자를 만회하고 내년에는 기술이전을 통해 흑자 전환을 노릴 예정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첫 이중항체이자 파트너사를 통해 임상 2·3상이 진행되고 있는 ABL001이 허가를 획득하면 로열티 기반의 꾸준한 연간 흑자도 가능할 것으로 이 대표는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 법인인 에이비엘바이오USA를 중심으로 현지 핵심인력 채용에 나서는 등 미국 임상에 힘을 주고 있다"며 "미국에서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내 기술 수출에 성공하면 막대한 계약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는 것은 국내 바이오텍 중 에이비엘바이오가 유일하다"며 "이번 도전이 폭발적인 회사 성장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사업 구조 개편에 후학 양성… "글로벌 바이오텍 만들 것"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임상 위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에이비엘바이오를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키우겠다는 게 이 대표 목표다. 향후 5년 안에 ABL001 기술 수출로 안정적인 흑자 기반을 마련한 뒤 내부 임상을 토대로 신약개발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에서 신약 성공사를 만든다면 개인적으로 영광일 것"이라며 "저희 아이디어로 임상에 성공해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후학 양성도 이 대표 관심거리다. 그는 과거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일했던 당시 선배들로부터 받았던 노하우를 후배에게 전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워크숍 등 양질의 사내 교육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는 중이다. 차세대 연구원을 길러내야 성과 기반의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차세대 리더를 키우거나 능력 있는 임직원들이 많으면 에이비엘바이오가 오랫동안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에이비엘바이오를 대한민국 바이오텍 중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선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회사 이름값을 높여야 한다"며 "에이비엘바이오를 능력 있는 인재가 일하고 싶은 회사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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