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30대 ‘라이징 스타’ 의원… 워싱턴 떠난 이유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8. 29.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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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갤러거 前 공화당 하원의원
5선 도전 앞두고 돌연 정계 은퇴, 민간 기업 이직
美의회서 反中 입법 주도, ‘공화당의 미래’라 불려
가족에 대한 ‘정치 테러’가 원인… “폭탄 던지는 일 흥미 없어”
WP “유능하고 현명한 정치인의 사퇴, 뭔가 잘못됐다는 것”
마이크 갤러거 전 공화당 하원의원. /로이터·뉴스1

“갤러거를 보면 정치는 후보자뿐만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인성 시험이란 생각이 든다. 훌륭한 사람들이 의회를 떠나거나 아예 출마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망가진 과정의 산물로 더 거칠고 극단적인 의원들을 얻게 될 것이다.”

미국의 유명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가 27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칼럼에서 올해 4월 정계에서 은퇴한 마이크 갤러거(40) 전 공화당 하원의원을 조명했다. 1984년생에 해병대 출신인 갤러거는 의회의 초당적 반중(反中) 드라이브를 주도하며 워싱턴의 ‘라이징 스타’이자 공화당의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보수 진영의 실력자가 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의견 차이가 그에 대한 극단 분자의 정치 테러를 부추겼고, 여기에 환멸을 느껴 한창인 나이에 정치를 그만둬 미 조야(朝野)에서 파장이 적지 않았다. 청운(靑雲)의 꿈을 갖고 정치에 투신한 한 청년이 정쟁(政爭)과 극단의 정치에 환멸을 느껴 어떻게 꿈을 접게 됐는지가 갤러거의 정치 역정에 모두 녹아 있다.

◇ 美의회 反중국 입법 주도… ‘공화당의 미래’라 불려

마이크 갤러거 전 하원의원이 지난해 2월 의회에서 미중전략경쟁특위 소속 위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갤러거는 1984년 위스콘신주(州) 그린베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대 졸업 후 2006년부터 7년을 해병대에서 방첩 장교로 복무했는데, 이라크에도 두 차례 배치된 적이 있다. 이때 훗날 트럼프 정부 백악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을 지낸 매튜 포틴저를 만났는데, 중국에 대한 포틴저의 생각이 갤러거의 대중국 정치 철학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갤러거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을 ‘신냉전’으로 본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력·군사력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길 원하고, 이에 따라 “미국이 대중 관계를 관리할 것이 아니라 승리해야 한다”는 게 갤러거의 입장이다. 갤러거는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의회의 각종 반중 입법을 주도했는데, 민주당 의원들도 동참한 초당적 법안만 150개에 가까웠을 정도로 정적(政敵)과의 협업에도 능했다. 이그네이셔스는 “정치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멸종위기종”이라고 했다.

2017년 하원에 입성해 내리 4선을 하며 ‘공화당의 미래’라 불리던 갤러거였지만, 지난해 12월 30일 고향인 그린베이 집에서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이그네이셔스는 “그날 밤 지역 보안관이 갤러거가 얼굴에 총을 맞았고, 그의 아내와 3살·1살 어린 두 딸이 인질로 잡혔다는 익명의 전화를 받았다”며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서 가정을 꾸린 젊은 부부에게 이 잔인한 사기극이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갤러거는 한계점으로 도달했다”고 밝혔다. 갤러거는 국경 문제 해법에 대한 이견에 이어 1·6 의회 습격 사태 이후 트럼프를 비판하며 완전히 갈라섰다. 1·6 사태 당시 트위터(현 X)에 “우리는 지금 미 의사당에서 ‘바나나 공화국’의 쓰레기들을 목격하고 있다”고 했다.

◇ 의회 내 정쟁과 정치 테러에 환멸… 민간 기업 이직

마이크 갤러거 공화당 하원의원(왼쪽에서 두번째)이 올해 2월 대만을 방문해 라이칭더 당시 대만 총통 당선자(왼쪽에서 세번째)와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대만 총통부

올해도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의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 시도에 “범죄가 없는 상황에서 극단적 조치를 취하는 건 우리 수준을 낮추는 것”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 마이크 존슨 의장이 주도한 장관 탄핵 시도는 불법 이민 문제를 쟁점화하기 위한 구호에 가까웠다. 갤러거의 소신 행보는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불리는 공화당 극단 지지층의 반감을 샀고, 일부는 갤러거를 대상으로 무차별 ‘스와팅(swatting·인질극, 총격 사건 등 응급상황을 거짓으로 신고해 상대의 집에 무장 경찰을 충돌시키는 행위)’을 감행했다. 갤러거는 WP에 “이 순간 우리 가족은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느꼈고, 정치에서 한 발짝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해 4월에 하원을 떠난 갤러거는 최근 페이팔 출신 피터 틸이 창업한 세계 최고의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에 합류해 지난 7월부터 방위 산업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이그네이셔스는 “갤러거의 퇴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며 “의회가 메아리 방이 되어가고 있고, 의원과 그 가족들이 극단주의자들 분노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갤러거처럼 유능하고 현명한 정치인이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사퇴를 결정하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갤러거는 의원이 된 이듬해 애틀랜틱 기고에서 “의회가 내부 다툼에 휩싸여 행정부를 감독하는 헌법적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의원에 당선됐을 때보다 들어와서 보니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위원장을 지도부가 아닌 위원들이 상향식으로 선출하고, 위원회 수를 감축해 정부 기관과의 기능 중복을 없애는 아이디어 등을 제안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갤러거는 “의회가 정부의 핵심 기관이 아닌 폭스뉴스(보수)와 MSNBC(진보)의 ‘그린 룸(green room·휴게실)이 됐다”며 “TV에서 폭탄을 던지는 사람이 되거나 동료들에게 똥을 싸는 건 전혀 흥미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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