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간호사 1.7만명 법제화…의료공백 장기화 '단비' 기대
3년 이상 임상 경력자, 삽관·봉합·드레싱 등 전공의 업무 일부 대체
"환자 안전 위협받을 것" 의료계 집단행동 촉각
진료지원(PA)간호사를 법제화하는 간호법 제정안(간호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번 간호법에는 의료공백 장기화로 현장에 투입된 PA간호사의 진료 행위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 통과로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 고심했던 정부는 한숨 돌리게 됐다. 지난 27일 기준 전공의 1만3531명 중 8.8%인 1194명만 복귀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PA간호사가 1만여명의 미복귀 전공의를 대신해 수술을 보조하거나 L튜브·T튜브 삽관과 발관 등을 정식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초 1만1000여명이었던 전국 PA간호사는 지난달 기준 1만70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지난 3월 전공의 미복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한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다.
복지부 관계자는 "3개월 사이 PA간호사가 5000명가량 늘었다"며 "그동안 전공의 업무를 일부 부담하고 있었던 PA간호사가 이번 기회로 명확한 기준과 근거를 갖고 교육받고 수행할 수 있는 절차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PA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여야가 입장 차를 보여 구체적인 범위와 한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됐다. 구체적인 업무는 지난 3월 복지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다.
기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복지부는 100여개 업무범위 중 △엑스레이 검사 △관절강 내 주사 △방광조루술, 요로 전환술 △배액관 삽입 △대리 수술(집도) △골절 내고정물 삽입·제거 △전신마취·척추 또는 경막외 마취 △사전의사결정서(DNR) 작성 △전문의약품 처방 등 9개의 업무는 전문간호사와 PA간호사 모두 위임을 금지했다.
또 △위임된 검사·약물 처방, 프로토콜 하 검사·약물 처방 △진료기록 초안 작성 또는 오입력에 대한 수정 △검사·판독 의뢰 초안 작성 등 9개의 업무는 초안 후 의사가 최종승인을 해야 가능하도록 지정했다.
그 외 △부목 △복합 드레싱 △봉합 △수술 보조 △L튜브 삽관과 발관 △수술 중 견인, 실 자르기 등의 업무는 전담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다.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간호사 자격을 보유하거나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임상경력·교육과정을 이수해 자격을 보유해야 한다. 임상경력은 기존 시범사업과 같이 '3년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 관계자는 "임상 경력에 대해선 현장에서 큰 이견이 없었다"며 "다만 교육 과정은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어떤 범위를 교육할 것인지 현장마다 의견이 많이 다른 상황이다.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의사들의 '단일대오'는 또다시 흔들릴 조짐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온라인에 '탄핵 청원'까지 등장했다.
의사들은 기존에 의료법이 있는데 간호사 직역만을 분리해 단독 법률로 제정하는 것은 '특혜'라고 반발해왔다. 특히, PA 활성화로 의사의 업무를 간호사가 대체하면 전공의가 설 자리를 잃고 전문적인 진료·처치가 힘들어져 결국 국민과 환자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도 의협은 "간호법 제정으로 PA에 의한 불법 무면허 행위에 면죄부가 생기고, 간호사의 의사 행세가 가능하게 됐다"며 "특정 직역 이익만을 위한 법안을 고수한다면, 모든 직역의 의사들이 나설 것이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간호법 통과 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의대생과 전공의가 의협의 '뒷북 대응'을 비판하면서 내부적으로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미 지난 7월과 이달 소셜미디어(SNS)에 의협을 상대로 간호법 저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최근 간호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할 때 그는 "대한민국 의료 체계를 왜곡하는 또 하나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본인들의 편의를 위해 그 왜곡을 자행하고 묵과했던 교수들도 자성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범의료계 협의체가 의대생과 전공의 불참으로 유야무야된 상황에서 임현택 회장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도의사회가 지난 19일 성명서에서 "간호법 통과를 직무유기하고 회원들 신뢰를 상실한 임현택 집행부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총사퇴하라"고 직격한 데 이어 이날 온라인에는 임현택 회장의 탄핵(불신임)을 묻는 설문조사까지 등장했다.
구단비 기자 kdb@mt.co.kr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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