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담대 70%가 정책대출… 부동산 과열 부추겨

신무경 기자 2024. 8. 2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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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에 금융 당국이 뒤늦게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은행 대출을 전방위적으로 조이고 있지만 정작 대출 폭증을 불러온 주범은 정부의 정책 모기지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 당국은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이후에도 가계부채가 안 잡히면 정책 대출 등에 DSR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토부와 완벽히 조율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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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포위된 한국 경제] 〈하〉 대출 폭증 부른 정책 모기지
디딤돌-버팀목-신생아특례 등… 7월까지 정책 대출로 22조 풀려
“시장선 ‘집 사라’ 시그널로 오인”… 가계 빚 경고음 수차례 울렸지만
소관 부처 제각각, 엇박자 대응… 당국 “정책대출에도 DSR 검토”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에 금융 당국이 뒤늦게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은행 대출을 전방위적으로 조이고 있지만 정작 대출 폭증을 불러온 주범은 정부의 정책 모기지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관리하라면서도 주택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정책들을 내놓는 등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경고음’이 여러 차례 울렸을 때도 부처 간 엇박자로 신속한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상반기 주담대 증가액 70%가 정책 금융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1∼7월 32조1000억 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 재원으로 나간 디딤돌(매입), 버팀목(전세), 신생아 특례 등 정책 대출만 22조3000억 원 규모다. 은행에서 주담대로 풀린 돈의 69.5%가 정책 대출인 셈이다. 올 1월 출시된 신생아 특례대출은 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 원을 최저 1%대의 초저금리로 빌려준다. 디딤돌 대출도 부부 합산 연 소득 85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2∼3%대 금리로 빌려주는 정책 대출이다. 모두 시중의 주담대보다 금리가 최대 2∼3%포인트가량 낮아 큰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정책 자금이 대거 풀려 부동산 매매 수요를 자극했지만 가계부채 상황에 따른 속도 조절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책 대출 소관 부처가 국토교통부(디딤돌, 버팀목 등), 금융위(보금자리론 등) 등으로 나뉘어 있어 대응에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가계부채가 4월부터 불어나기 시작하자 금융 당국은 7월 3일 은행권 현장점검 예고에 나서면서 경고 시그널을 보낸 반면 비슷한 시기(7월 11일) 국토부 장관은 “집값이 추세적 상승은 아니다”라고 인식했다.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이 급등한 8월 11일에서야 디딤돌, 버팀목 대출 금리 인상을 고지하며 늑장 대응했다.

금융 당국도 대출 증가세를 잠재울 타이밍을 놓치는 자충수를 뒀다. 스트레스(가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을 7월에서 9월로 돌연 연기해 정책 대출을 포함한 대출 막차 수요 심리를 부추긴 것이다. 실제 7월 은행 재원 디딤돌, 버팀목 대출 증가액은 4조2000억 원으로 올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 “시장은 ‘집 사라’ 시그널로 받아들여”

금융 당국이 뒤늦게 가계부채 증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그마저도 효과적이지 못했다.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7월 이후 대출금리를 20차례 넘게 올렸지만 정책 대출과 은행이 제공하는 주담대 간 금리 격차는 더 크게 벌어져 궁극적으로 정책 자금으로의 쏠림 유인을 키우고 말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정책 대출을 놓고 정부 내 공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은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이후에도 가계부채가 안 잡히면 정책 대출 등에 DSR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토부와 완벽히 조율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디딤돌, 버팀목 등 정책 대출에 DSR을 적용할지는 국토부에 권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책 자금을 계속 지원하면서,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은 연기하는 등 정책 혼선을 보였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집을 사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여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겼다”면서 “영끌 열풍이 일어날 수도 있는 시장 과열 상태인 만큼 정책 자금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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