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덮친 소아마비 공포… “전쟁통에 예방백신 못 맞아”[사람, 세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생후 11개월 된 막내가 갑자기 기어다니지 않았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쟁 발발 전만 해도 가자지구에서는 소아마비 예방 접종이 큰 차질 없이 이뤄졌다.
보건 전문가들은 전쟁 장기화로 가자지구의 의료 체계가 사실상 붕괴해 소아마비 등 예방 가능한 질환의 발병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료체계 붕괴로 접종 시기 놓친 탓
WHO “전염성 높아, 수백명 감염된듯”
“생후 11개월 된 막내가 갑자기 기어다니지 않았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아부 알 제디안 씨와 부인 네비네 씨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벌어지자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야의 집을 떠났다. 대피소를 전전하며 어렵게 여덟 자녀를 키웠다.
부부는 아이들을 통해 피란 생활의 고단함을 잠시 잊었다. 특히 전쟁 발발 직전인 같은 해 9월 태어난 막내 압델라흐만은 부부의 보물이었다. 잘 웃고 형과 누나들보다 발육이 빨라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지난달 소아마비에 걸린 압델라흐만은 이제 영영 왼쪽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됐다. 전쟁통에 태어나 소아마비를 포함한 각종 예방 접종을 전혀 받지 못한 탓이다. 소아마비는 일단 증상이 발현되면 치료제가 없다.
현재 압델라흐만은 온종일 바구니 모양의 신생아 카시트에 누워서 지낸다. 신생아용이라 곧 돌을 맞는 그에게 비좁다. 전쟁 여파로 아들에게 예방 접종을 못 하고, 제대로 된 육아용품을 구하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만 타들어 간다.
네비네 씨는 27일 AP통신에 “현재 가자지구에서는 어떤 치료도, 재활도 받을 수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전쟁이 발발하지 않고, 백신을 맞았다면 압델라흐만 또한 곧 또래 아기들처럼 아장아장 걸었을 텐데 영영 그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쟁 발발 전만 해도 가자지구에서는 소아마비 예방 접종이 큰 차질 없이 이뤄졌다. 보건 전문가들은 전쟁 장기화로 가자지구의 의료 체계가 사실상 붕괴해 소아마비 등 예방 가능한 질환의 발병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압델라흐만의 발병으로 이 우려는 현실이 됐다.
WHO는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하수 등 오염된 물을 통해 퍼진다. 전염성 또한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아직 증상이 없지만 소아마비에 감염된 아이가 수백 명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최소 2명의 아기가 소아마비 증상을 보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31일부터 가자 어린이에게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이 요원한 터라 이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간호법 통과에 18개 병원 파업 철회… 의협 “무면허 의료 조장” 반발
- 23명 사망한 화성 아리셀 화재 대표·본부장 결국 구속
- [사설]빚에 포위된 한국 경제… 편한 길 택했다가 고통 길어진다
- [사설]尹의 세 번째 기자회견… 질문 속 여론에 귀 활짝 열라
- [사설]내년 인턴 3000명 줄고 의대생 2.5배 급증… 답 없는 정부
- [횡설수설/정임수]성난 한국인… 국민 절반이 ‘장기적 울분’ 상태
- “제자에게 딥페이크 피해입어…교단 떠날까 고민 중”
- [오늘과 내일/장택동]법에 안 적혀 있어도 ‘공짜 선물’은 없다
- SM “NCT 태일, 성범죄 관련 피소로 팀 탈퇴…사안 매우 엄중”
- 깊은 상처 안고 돌아온 고국, 따뜻한 희망의 한끼[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