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역사 왜곡 행위자 공직 임용 금지법’ 당론 발의
표현 자유 등 침해, 위헌 요소 커
학계 “빨갱이 낙인찍기와 같아”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헌법 부정·역사 왜곡 행위자’의 공직 취임을 금지하고, 기존 공직도 박탈하는 내용의 법안을 28일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 같은 법안은 국가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을 독점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 요소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헌법 부정 및 역사 왜곡 행위자 공직 임용 금지 등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발의에는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의원 170명 전원이 참여했다.
법안은 “일제의 지배 또는 친일·반민족 행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 “러일전쟁(1904~1905년) 전후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의 제국주의 침략 전쟁과 전쟁범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 “일본 제국주의의 국권 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해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하는 행위를 비방” “독도 영유권의 역사적 사실과 헌법이 정한 영토 규정을 날조해 유포하는 행위” 등을 역사 왜곡 행위로 규정했다. 독도 영토 규정과 관련해서는 오기와 누락도 ‘날조’에 해당한다고 했다.
법안은 이런 “역사 왜곡 행위”를 한 사람뿐 아니라 이에 “동조”한 사람에 대해서도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위촉되는 것을 금지했다. 또 이 조항을 “법 시행 당시 임용 중인 사람”에게도 적용되도록 했다. 소급입법으로, 통과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임명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 역시 적용 대상이 된다.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헌법 부정·역사 왜곡 방지위원회’(역사 왜곡 방지위)를 설치해, 누가 “역사 왜곡 행위”를 하거나 동조한 사람인지를 판정하게 했다. 역사 왜곡 방지위는 위원 11인으로 구성하되,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각각 3인씩만 지명하게 하고, 국회가 5인을 지명하게 했다. 또 11인 중 6인이 찬성하면 의결되도록 했다. 국회 다수당이 지명한 위원 5인에 1인만 더하면 누구든 “역사 왜곡 행위자” 또는 동조자로 판정해 공직에서 배제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일제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두둔하거나 친일·반민족 행위를 미화 혹은 정당화하는 행위가 자행되고, 심지어 이러한 인사들이 공직이나 공공기관 등에 임용되고 있는데, 이를 제재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법안 발의 이유로 들었다. 민주당은 “신친일파 척결, 뉴라이트 거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는 ‘릴레이’ 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오후 인스타그램에 릴레이에 동참한 사진을 올리고, “윤석열 정권이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친일’로 덧칠하고 있다”고 했다.
이 법안이 국회 심의를 거쳐 입법화가 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민주당은 과거에도 일본군 ‘위안부’ 범죄, 제주 4·3 사건, 세월호 침몰 사고 등 특정한 과거사에 대해 “역사 왜곡 행위”를 할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법안을 다수 내놨지만, 대부분 위헌 논란 속에 폐기됐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법에만 “5·18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 2021년 신설됐다.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일제 침략을 두둔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을 ‘친일파’로 몰아가기 위한 정쟁용 법안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명희 공주대 역사학과 교수는 “친일을 미화하는 사람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걸러내면 되는데, 민주당 법안은 오히려 학문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반공 시절 ‘빨갱이’ 낙인찍기와 다를 바 없는 전체주의적 사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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