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풍 미소녀’ 서브컬처 게임, 국내시장 휩쓴다
국내 게임 기업 ‘시프트업’이 지난달 상장 직후 시가총액 4조원을 돌파하며 한때 게임업계 시총 3위까지 오르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오타쿠(마니아)’의 전유물로 알려졌던 ‘서브컬처 게임(일본 애니메이션풍 미소녀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 장르)’이 확실한 주류 게임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미소녀 캐릭터를 앞세운 서브컬처 게임이 국내 게임 시장을 휩쓸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시프트업이 개발한 모바일 슈팅 게임 ‘니케: 승리의 여신’은 2022년 11월 출시 후 지금까지 8억달러(약 1조600억원)의 누적 매출을 거뒀다. 국산 서브컬처 게임이 조 단위 매출을 낸 건 처음이다. 니케 이전에는 넥슨이 서브컬처 본고장 일본에서 먼저 출시한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가 지난 3년간 누적 5억달러(약 6600억원)의 매출을 내며 흥행했다. 넷마블이 지난 5월 출시한 인기 웹툰 기반의 액션 RPG 게임인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역시 출시 한 달 만에 1000억원을 벌어들이며 넷마블의 흑자 전환에 크게 기여했다.
일본 오타쿠들이 하던 서브컬처 게임을 양지로 끄집어낸 건 의외로 중국 기업이다. 2020년 중국 게임 개발사 ‘호요버스’가 그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에 출시한 PC·모바일 액션 RPG 게임 ‘원신’이 뛰어난 완성도와 함께 고품질 번역·더빙 같은 각 지역에 맞춘 세밀한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서브컬처 게임 전성시대가 펼쳐졌다. 원신은 출시 40개월 만에 구글과 애플 양대 앱 장터에서만 50억달러(약 6조6300억원)를 벌어들였는데 글로벌 기준 역대 최단기 기록이다. 국내에서도 매출 1위는 물론 이용 시간이 가장 긴 게임에 올랐을 정도다.
원신이 성공 방정식을 선보이자 국내 게임 기업들도 이 시장에 눈을 돌렸다. 리니지의 부진으로 실적과 주가 모두 난항을 겪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달 서브컬처 게임을 개발하는 ‘빅게임스튜디오’에 370억원 규모의 지분과 판권 투자를 단행했고, 원신과 비슷한 방식의 캐릭터 수집형 RPG 게임인 ‘호연’도 출시했다. 이 밖에 카카오게임즈와 넷마블, 컴투스, 그라비티, 웹젠, NHN 등 모두 최근 서브컬처 게임을 출시했거나 개발 중이다. 시프트업 역시 차기작으로 또 다른 서브컬처 게임 ‘프로젝트 위치스’ 개발에 착수했다.
서브컬처 게임도 다른 모바일 게임과 마찬가지로 확률형 아이템으로 매출을 올린다. 다만 기존 RPG 게임이 아이템을 뽑아 남보다 강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서브컬처 게임은 캐릭터 수집 자체에 중점을 둔다. RPG 게임은 하나의 캐릭터를 정해 계속 키우는 방식인 반면 서브컬처 게임은 팬심을 자극할 만한 다양한 캐릭터를 주기적으로 출시하며 수집을 유도하는 수익 모델이 설계돼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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