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아본 적 없는 땅으로 독자를 이끈다
듀나·임수현 本審 후보에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명교·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는 8월 월례 독회를 열고 듀나(Djuna) SF 단편집 ‘찢어진 종잇조각의 신’과 임수현 장편소설 ‘퇴역로봇’을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듀나의 ‘찢어진 종잇조각의 신’은 최근 발표한 단편 열두 편을 모은 책. 소설가 겸 영화 평론가인 듀나는 1990년대 중반 PC통신 시절부터 소설과 영화 평론을 쓰며 이름을 알렸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신상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아 ‘얼굴 없는 SF 작가’로 불린다. 얼굴 사진은 토끼 이미지를 쓴다.
화성 침공이라는 소재를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풀어내는(‘화성의 칼’) 등 SF 장르를 현지화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질문을 던지는 데도 능하다. 김인숙 위원은 “모든 SF 소설이 던지는 질문을 듀나답게 던진다”고 했다. 김동식 위원은 “듀나는 물음의 바로 앞까지만 독자를 데려간다”고 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멈춰 서더니 ‘지금부터는 네 몫’이라고 말하는 것. 정명교 위원은 “듀나의 짧은 단편들이 주는 매력은 미니멀한 사건이 윙크하듯 띄우는 미묘한 암시에 있다”며 “최소 사건으로 최대의 해석 가능성을 품고자 하는 의지로 반짝거린다”고 했다.
임수현의 ‘퇴역로봇’은 진득하고 끈질긴 소설이다. DMZ(비무장지대)를 걷는 로봇과 인간의 시점을 오간다. 단선적인 서사와 기약 없이 이어지는 사변적 문장은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구효서 위원은 “단단하게 얽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이 땅의 분단과 분단사를, 의미 생성 원리 따위에 구애받지 않는 하염없는 문장으로 되비춘다”고 했다.
이승우 위원은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도하는 대신 사유와 문장력으로 한 겹의 질문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고 했다. 그렇게 두 존재는 폭력의 역사를 더듬으며 밟아본 적 없는 땅으로 내딛는다. 불화 너머의 가능성을 엿보며.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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