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우대받는데… 중개소에 막혀 5%도 안 되는 전자계약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가계약한 정모(34)씨 부부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부동산 전자계약을 통해 우대 금리를 받으려 했다. 정씨 부부는 4억원을 30년간 빌리려고 하는데, 전자계약 우대 금리 0.2%포인트를 받으면 대출 기간 이자를 총 1700만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전자계약서를 써본 적이 없고, 매도인도 연로해 그냥 서면 계약하길 원한다”면서 이를 거절했다. 정씨는 “가산 금리가 갑자기 크게 올라 우대 금리가 절실한 상황이었는데 속상하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동산 전자계약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8년이 됐지만,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 계약서 없이 온라인 전자 방식으로 계약하는 전자거래 시스템은 부동산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2016년 도입됐다. 그러나 연령대가 높고 IT 기술에 익숙지 않은 공인중개사들에게 진입 장벽이 높고 인센티브도 없어 여전히 전자계약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 실수요자들이 안전하고 경제적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더욱 편리하게 개선하고, 공인중개사들에게도 인센티브를 부여해 전자계약 활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이자 깎아주는데 활용률 5% 밑돌아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간 중개 거래 전자계약 체결 건수는 2만732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6973건)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전자계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4.93%에 그쳤다. 전자계약을 하면 주택 매수인이나 임차인이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때 0.1~0.2%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임대차계약의 경우 별도의 신청 없이 확정일자가 부여되고, 매매 계약은 실거래가 신고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전자계약 활용률은 2021년(3.16%)이 돼서야 3%를 넘었고, 여전히 5%를 밑돌고 있다. 복잡한 절차 탓에 공인중개사들이 전자계약 이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김정재 의원실(국민의힘)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등록 공인중개사(11만6083명) 중 전자계약을 활용한 중개사는 6%(6997명)에 그쳤다.
공인중개사가 전자계약 시스템 이용을 위한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으려면 직접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찾아가거나, 우편(4~5일 소요)으로 인가 코드를 우선 받아야 한다. 이를 국토부 전자계약 인증센터에 입력해야 인증서가 발급되고, 1년마다 갱신도 해야 한다. 갱신 기한을 놓치면 인가 코드를 받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공인중개사들 “번거로워 못 쓰겠다”
전자계약 시스템 자체도 번거로운 부분이 많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실거래 신고가 끝난 뒤 잔금일이나 매수인의 주소·전화번호 등 계약서 기재 사항이 바뀔 경우 정정 기능이 없어 계약을 해제하고 처음부터 다시 계약서를 써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면적 소수점 한 자릿수가 틀려 수정이 필요했는데 정정 기능이 없어 결국 계약을 해제하고 매도인에게 양해를 구해 전자계약서를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했다”며 “한번 해보니 너무 번거로워 웬만하면 전자계약은 안 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규제 지역 주택이거나 거래가액이 6억원 이상인 주택을 매매할 때 작성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는 전자계약시스템이 아닌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으로 이원화돼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경기 고양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면 계약을 하면 매수인에게 자금조달계획서를 받아 중개사가 등록하면 되는데, 전자계약은 반드시 매수인이 직접 제출하도록 돼 있어 설명하느라 한참 애를 먹었다”고 했다.
전자계약이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많고 안전한 만큼 공인중개사들의 참여 독려를 위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시스템을 개선해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부와 공인중개사협회 차원에서 공인중개사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교육이나 인센티브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전자계약
부동산 매매·전월세 등 계약 시 종이 계약서를 쓰는 대신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http://irts.molit.go.kr)’에 접속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제도다. 시·군·구청에 등록된 공인중개사만 사용할 수 있어 무자격·무등록자에 의한 불법 중개 행위를 막을 수 있고, 계약서 위·변조나 허위 신고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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