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내가 찾아야 할 나의 행복[TF씨네리뷰]
20대 후반의 청춘을 대변한 고아성이 건네는 응원과 위로
28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직장과 가족 그리고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티빙 '괴이',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 등을 통해 특유의 감성과 섬세한 감각을 보여준 장건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남자친구 지명(김우겸 분)에게 이별을 고하고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뉴질랜드로 떠나는 계나로 시작된다. 가족과 함께 인천에서 사는 그는 마을버스를 타고 12정거장을 지나 1호선을 타고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환승해 강남에 도착한다. 왕복 4시간이 넘는 지옥 같은 출퇴근을 매일 반복하지만 점심 메뉴조차 마음대로 고르지 못하고 직장 상사는 불공정한 일을 시킨다. 자신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려는 부모님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뉴질랜드에 도착한 계나의 일상이 마냥 행복한 건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기 위해 에너지를 쏟지만 쉽지 않다. 심지어 그는 일터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는가 하면 친구와 놀던 중 법을 어겨 국가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그러던 중 한국에 귀국할 일이 생긴 계나는 옛 연인 지명을 잠깐 만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만 다시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
작품은 뉴질랜드에서 시간을 보내는 계나와 한국에서 치열하게 사는 계나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시간을 보내는 계나의 과거와 현실을 비교하기보다 여러 일을 직접 헤쳐 나가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그를 통해 '주체적으로 사는 삶'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다.
고아성은 계나를 만나 20대 후반의 지친 여성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극을 묵직하게 이끈다. 한국과 뉴질랜드 중 어느 곳에서의 삶이 더 낫다고 정의하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한 그는 이로부터 인물이 느끼는 불확실성과 묘한 쓸쓸함을 오롯이 얼굴에 담아내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청춘의 얼굴을 꺼낸다.
특히 고아성은 지옥 같은 출근길에 오른 생기 없는 얼굴에서 뉴질랜드에 정착한 후 까무잡잡해진 피부와 달라진 메이크업 등을 보여주며 계나의 수년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극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여기에 주종혁은 계나의 유학원 동기 재인으로, 김우겸은 계나의 오랜 남자 친구 지명으로 분한다. 두 사람은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청춘의 다양한 색깔을 그려낸다.
그리고 메가폰을 잡은 장건재 감독은 청년 독자들의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새로운 설정과 캐릭터를 구축해 원작과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계나가 떠나는 곳을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바꾼 것을 비롯해 주인공의 주변 환경을 바꾸며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2015년 소설이 출간됐을 당시 '헬조선(지옥+한국)'이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를 관통했다. 그로부터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많은 것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하고 흔들리는 청춘들의 현실과 고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행복은 너무 과대 평가된 단어인 것 같아. 나는 배고프고 춥지만 않으면 행복하거든"이라고 말하는 계나를 보면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삶의 주인인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호평을 받은 '한국이 싫어서'가 여름 끝자락의 극장가에서도 존재감을 발산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7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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