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다 죽는다"…의료대란 尹·韓 갈등 점화

설상미 2024. 8. 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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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韓, 의대증원으로 갈등…지도부 만찬 돌연 연기
6개월 넘는 의료 공백...한동훈 리더십 도마

의정 갈등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재점화했다.지난 7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한동훈 신임 당대표와 손을 맞잡은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의대 정원 유예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재점화했다. 한 대표가 제안한 2026 의대 증원 유예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하면서다. 6개월이 넘는 의료 공백 속에서 의정(의사-정부) 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집권 여당 대표가 한계를 보이면서, 그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30일 만찬 회동이 추석 이후로 연기됐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당정이 모여 밥 먹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민생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며 "당 지도부와의 식사는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표면적으로 만찬 연기 배경을 '민생'이라고 꼽았지만, 여권 내에서는 한 대표의 의정 갈등 해결책을 둘러싼 입장차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25일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게 비공식적으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은 유예하면 어떻겠냐"고 제시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유예하면 불확실성에 따라서 입시 현장에서도 굉장히 혼란이 클 것"이라며 한 대표 안을 거부했다.

대통령실이 대안을 거절하자, 한 대표는 곧바로 윤 대통령 공개 압박을 택했다. 지난 27일 한 대표는 본인의 SNS를 통해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란 절대적 가치에 대해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라며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28일에도 한 대표 측은 '대통령실에 다른 대책이 있다면 직접 제시해달라'는 취지로 역제안했다. 제안 수용 불가 방침에도 의정갈등 해결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실에 공을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 여당 수장에 오른 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실점이 더해지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한 대표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내 자본시장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현장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남윤호 기자

이 같은 행보에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은 집권 여당 대표의 리더십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해당 사안을 민생으로 보고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왔다. 의료계 내 한 대표 '키맨' 역할 기대감에도 대통령실의 강경 대응으로 인해 그의 입지만 좁아진 꼴이 됐다.

한 범야권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본인의 역량이 모자란 점을 들킨 것밖에 안 된다"라며 "한 대표가 여권 내부를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대안을 낸 후에 전공의들이 어떻게 반응을 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시금석인데, 현재 용산에서 거부 당한 상황이라 쉽지 않다. 당내 입지도 계속 약해지고, 당 안팎으로 고립된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여권 내에서는 한 대표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못 박은 윤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마땅한 출구가 없는 상황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의료 공백이 6개월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정부는 완고한 입장인데, 여당 대표로서는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다만 정부가 지금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둘 사이의 갈등이 점화돼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이라 시간이 좀 필요하다"라고 봤다.

취임 후 한 대표의 실점만 더해지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한 대표는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안에 대한 당내 반발 여론을 잠재워야 할 과제를 떠안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한 대표가 의정 갈등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서툴다 못해 아마추어"라며 "적어도 의료 대란에 있어서는 대통령과 한 대표는 공동운명체인데, 이대로 여권이 몰락하면 한 대표도 살아남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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