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49] 더불어민주당식 지록위마(指鹿爲馬)
간(奸)이란 말은 기본적으로 언(言)과 행(行)이 따로 논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 마음에 있는 바와 실제로 입 밖으로 내뱉는 바가 일치하지 않는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 풍년 들었다.
또 하나는 명(名)과 실(實)의 불일치이다. 대체로 여기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알고서 하는 부류이고 다른 하나는 몰라서 하는 부류이다. 몰라서 하는 부류는 생계형이니 따로 지적할 것이 없다.
진나라 말기 환관 조고(趙高)가 2세 황제에게 했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아첨용이 아니라 겁박용이었다는 점에서 명확히 알고서도 명(名)과 실(實)의 불일치를 내세운 사례라 하겠다. 흔히 독재자들이 국민들 입을 틀어막을 때 이런 명(名)과 실(實)의 불일치를 강요하곤 한다.
미래의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 역사를 보는 시각은 전일(全一)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안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가며 유연한 시각을 길러주는 것이 민주 사회 시민의 건전한 역사의식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유독 의석수가 많다는 것을 무기 삼아 역사 문제에 대해 애당초 엉뚱한 자기 입장을 내세운 다음에 그와 털끝만큼이라도 다르면 다짜고짜 친일(親日) 운운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반 시민도 해서는 안 되는 저질 겁박 언동을 태연하게 하고도 부끄러운 줄조차 모른다.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라는 사람은 얼마전 친일 행위를 찬양 고무한 공직이나 공직 기관에 진출할 수 없도록 법제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찬양 고무’라는 주관적 잣대로 다른 사람을 심판하겠다는 것은 정확히 지록위마(指鹿爲馬)를 툭 던질 때의 조고의 심리 상태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무소불위(無所不爲)는 예(禮)가 아니라 했다. 힘을 가진 자일수록 유소불위(有所不爲), 즉 뭔가 하지 않는 바가 있는 절제(節制)가 절실한 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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