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내년 광복절이 더 걱정이다
두 쪽 난 경축식 되풀이는 안 돼
野의 ‘尹 친일 정권’ 몰이 지나쳐
진영 초월한 국민 통합의 場 절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인 미국, 영국 등은 오늘날 두 개의 전승 기념일을 기린다. 나치 독일이 패망한 1945년 5월8일은 유럽에서의 승리를 의미하는 ‘VE(Victory in Europe) 데이’로 불린다. 연합국이 일본을 이겼다는 뜻의 ‘VJ(Victory over Japan) 데이’는 나라마다 날짜가 다르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에선 일왕이 항복 의사를 밝힌 1945년 8월15일이 VJ 데이다. 우리 광복절과 같다. 반면 미국은 일본 정부와 군부 대표가 도쿄 앞바다에 정박한 미 군함에 승선해 정식으로 항복 문서에 서명한 1945년 9월2일을 VJ 데이로 간주한다.
한국은 내년 8월15일이 80주년 광복절이다. 일제강점기 35년의 암흑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정부를 세우는 기점이 된 광복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꼭 5년 또는 10년 단위로 꺾이지 않아도 해마다 우리나라 최대 국경일로 기념해왔다. 내년에는 80주년이란 특별한 의미가 더해지는 만큼 역대 최대 규모의 국민적 축제로 치르는 게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 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떠올리니 과연 그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광복회는 대통령실의 독립기념관장 인사에 불만을 표시하며 정부 주최 경축식을 보이콧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가 그릇된 ‘뉴라이트’ 사관에 빠져 있고,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지정하려 한다”는 비판을 가했다. 정부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음에도 더불어민주당 등 일부 야당까지 동조하며 광복회 등과 기념식을 따로 열었다. 사상 처음 광복절 경축식이 두 쪽 나고 말았으니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야권은 요즘 윤석열정부를 ‘친일파’로 몰아가기에 여념이 없다. ‘밀정’, ‘내선일체’, ‘조선총독부’ 등 이젠 국민들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진 용어들까지 끄집어내 반일 선동에 활용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려면 한·미·일 안보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친일’로 폄훼해선 안 된다. 세상에 안보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어디 있겠나. 야권 지도자들은 이제라도 이성을 되찾길 바란다.
정부도 성찰해야 할 대목이 있다. 독립기념관장처럼 상징성이 큰 자리에 굳이 독립유공자 단체들이 반대하는 인물을 앉힐 필요가 있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제강점기 한국인이 겪은 고통에 관한 언급을 최소화한 점도 그렇다. “극일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고는 하나 국민 눈높이에 크게 못 미쳤다. 공연히 야권의 친일 몰이에 명분만 준 셈이 되었다. 내년 80주년 광복절이 진영과 이념을 뛰어넘는 진정한 국민 통합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정부는 지금부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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