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한·일관계와 임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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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용어 중에 임계점이란 개념이 있다.
독립기념관장 인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합의, 독도 기념물 철거 논란까지. 모두 일본과 관련이 있고, 상당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의 외교에서 일본과의 관계는 중요하다.
한·미·일 안보협력도 "중국 견제를 추구하는 미국이 3국 안보협력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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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용어 중에 임계점이란 개념이 있다. 한계를 넘어선다거나 견딜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국민의 감정과 시각은 단순하지만은 않다. 어쩌면 현 정부 정책을 긍정하는 사람보다 일본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수십 년 뒤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아느냐”며 불신하는 사람, 과거사를 잊지 않은 사람, “땅(독도)을 넘보는 자들은 못 믿는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안보협력도 “중국 견제를 추구하는 미국이 3국 안보협력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불거진 논란은 예전부터 조금씩 쌓여가던 국민의 대일 감정이 임계점에 이르게 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국민감정은 바다와 같아서 정부라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침몰시킬 수도 있다.
국민감정과 일본에 대한 외교 정책의 간극이 더욱 커져서 충돌이 발생한다면, 그 정책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논란과 갈등의 악순환 속에서 정치·사회적 손실은 커질 것이고, 한국의 외교에 대한 국제적 불신도 막기 어렵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이것은 가능하고, 저것은 안 된다’는 식으로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에 대한 ‘중간 정산’도 필요하다.
비탈길에서 수레를 살짝 밀면, 그 수레는 끝없이 내달린다.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지 않으면, 장애물에 걸려 부서지거나 길에서 벗어나기 일쑤다.
일본과의 외교를 꾸준히 진전시키되 우리나라의 이익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분야는 보완해서 우리가 손해를 보는 일이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는 손해가 없었어도 ‘손해가 있다’는 인식이 생기고 확신으로 굳어지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이 정도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대일 외교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
외교에서 지속성은 협정문 몇 장 썼다고 확립되지 않는다. 그랬다면 1928년 서구 열강들이 “전쟁하지 말자”며 맺은 켈로그-브리앙 부전 조약이 10여년 만에 제2차 세계대전으로 휴지 조각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적 환경 변화에 관계없이 대일 외교의 일관성을 확립하려면, 현 정부가 국민의 시선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수다. 대일 외교의 출발과 끝은 국민의 인식과 판단에서 시작된다. 중요한 것은 일본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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