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기후변화와 인간성의 위기

2024. 8. 2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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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이제 곧 끝나겠지만 지구온난화가 몰고 온 정신건강의 위기는 계절이 바뀌어도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이 5억개 이상의 트위터(지금은 X) 게시물을 조사했더니 기온이 올라갈수록 "외로움, 고립, 자살"이라는 단어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학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6세에서 25세 사이의 연구 대상자 중 59%가 기후변화에 대해 상당한 두려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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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울수록 범죄 증가, 우울감도 높아져
기후우울증 극복위해 꽃과 나무를 심자
여름은 이제 곧 끝나겠지만 지구온난화가 몰고 온 정신건강의 위기는 계절이 바뀌어도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이 5억개 이상의 트위터(지금은 X) 게시물을 조사했더니 기온이 올라갈수록 “외로움, 고립, 자살”이라는 단어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폭염이 일으킨 불쾌감은 동기를 떨어뜨린다. 더워서 활동이 줄어들고 인간관계도 피하게 되니까 사람들의 마음이 우울해진 것이었다. 심각한 기후 현상들이 개인의 우울과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을 미국심리학회는 기후 우울증 (climate depression)이라고 명명했다.

보스턴대학교 연구팀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2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극심한 더위가 지속할 때 자해와 마약 중독을 비롯한 정신질환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가 8%나 증가했다고 한다. 지구 온도가 섭씨 1도 올라가면 우울증과 불안장애뿐 아니라 자살까지 늘어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세계보건기구는 2022년에 와서야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열기는 공격성을 부추긴다. 더위를 먹으면 평소 침착하던 사람도 예민해지고, 쉽게 화가 나며, 갈등과 싸움에 휘말릴 위험이 커진다. 인체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뇌 안의 세로토닌 활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체온 유지와 기분 조절, 공격성과 충동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시카고의 일일 기온을 조사했더니 날씨가 더워질수록 범죄율도 증가했다. 뉴질랜드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폭행 사건 발생 빈도가 1.5%씩 올라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여름철(6~8월)에 폭력 사건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

더위는 인간을 인색하게 만든다. 불쾌감이 느껴질 정도로 무더운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은 쾌적한 곳에서 근무하는 경우에 비해 자발적으로 고객에게 도움과 의견을 제공하는 행위를 훨씬 적게 한다. 아동을 돕는 비영리 단체가 시행하는 설문조사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시원한 교실에 있던 학생들은 94%가 기꺼이 도움을 주었지만, 덥고 습한 교실에서는 친절을 베푼 학생이 이보다 30%나 적었다.

냉방기기를 활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과 폭염에 노출되면 건강과 생명에 위협받는 노인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정신건강 위기에 특히 더 취약하다. 그런데 기후변화 그 자체에 대한 공포감은 청년층에서 훨씬 크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학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6세에서 25세 사이의 연구 대상자 중 59%가 기후변화에 대해 상당한 두려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령층에서는 인류가 지구 환경을 돌보는 데 실패했다고 믿는 비율도 84%나 됐다.

기후변화를 인간의 힘으로 되돌려놓기에는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이게 사실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을 잃고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마저 포기해선 안 된다. 절망감과 무력감은 기후 우울증의 또 다른 원인이다. 쓰레기 재활용, 일회용품 사용 제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것이 기후 불안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나무와 풀, 그리고 꽃을 더 많이 키우자. 다 자란 나무는 1년에 22㎏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원예활동은 우울증을 극복하는 검증된 자기 관리법 중 하나다. 자연이 만들어낸 초록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튼튼해진다. 자연과 친밀해지는 것은 기후 우울증의 훌륭한 치료법이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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