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국제적 수준의 ‘오가노이드’ 연구

1959년 영국의 동물학자 윌리엄 러셀과 미생물학자 렉스 버치는 ‘인도적인 실험기법에 관한 원칙’이라는 문헌을 통해 실험동물에 대한 윤리적 의무를 언급하며 ‘3Rs’를 제시했다. 이는 동물복지의 기본적인 윤리적 개념으로 가급적 동물사용을 대체하고(Replacement), 필수 동물실험은 사용하는 동물 수를 줄이고(Reduction),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Refinement)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동물실험 대체방안이 모색됐고, 1998년에는 화장품 독성시험에 활용되는 동물실험이 영국에서 최초로 금지됐다. 이어 2011년 유럽연합(EU)에서 금지됐고, 우리나라는 2017년 원칙적으로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이 금지됐다.

오재호 식품의약품안전처 독성평가연구부장

충분한 동물실험을 통해 개발된 치료제일지라도 사람에게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해 시장에서 퇴출된 적이 있다. 스위스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는 동물실험으로 시작한 약물 중 5%만이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개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사람에게 적용될 약효와 독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대체시험법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동물복지 및 동물실험 한계와 관련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 ‘오가노이드’(Organoid)를 활용한 대체시험법이 주목받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장기를 뜻하는 ‘Organ’(장기)과 유사함을 뜻하는 접미사 ‘oid’를 합쳐서 만든 신조어다.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3차원 세포 응집체, 즉 ‘장기유사체’를 의미한다. 오가이노이드는 인간의 장기나 조직을 모사한 3차원 세포 배양기술로서, 실제 인간에 대한 반응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오가노이드 기반 대체시험법이 국가별 규제 정책에서 동물실험을 대신할 비임상시험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표준개발은 시작 단계이지만,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표준화를 앞당기고 오가노이드 기반 대체시험법의 상용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공인시험법으로 인증하기 위해서는 개발된 평가법에 대한 표준화와 검증이 필수적이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나 역분화줄기세포에서 배양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생체물질로서 표준화 과정이 일반적인 물질에 비해 매우 까다롭다.

이에 국내 오가노이드 기술의 체계적인 표준화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표준화 연구사업을 수행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올해 4월 파리에서 개최된 OECD 국가시험지침 프로그램 조정자 작업반 회의(WNT)에서는 식약처가 제안한 역분화줄기세포(iPSC)로부터 유래한 간 오가노이드의 독성시험 ‘상세검토보고서’가 신규 개발 프로젝트로 최종 채택됐다. 향후 2년 안에 국제기구 등재 절차를 마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규제과학 위상을 높이고 안전성과 품질이 확보된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

식약처는 오가노이드 기술을 동물대체시험법으로 발전시키는 역할뿐 아니라, 인간 중심의 정밀한 안전성 평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제적 선도기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재호 식품의약품안전처 독성평가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