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빚에 포위된 한국 경제… 편한 길 택했다가 고통 길어진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채비율이 작년 말 251.3%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말보다 8.6%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의 가계·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는 동시에 빚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덜 걷힌 세금보다 지출이 큰 정부는 국채를 찍어 빚을 늘려 왔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대출 확대, 대출규제 도입 연기 등 '빚 권하는' 정책 탓에 가계대출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폭증하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채비율이 작년 말 251.3%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말보다 8.6%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세계 평균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285.4%에서 245.1%로 40.3%포인트나 급감했다. 세계 각국이 고금리 시대를 맞아 과도한 부채를 털어내는 정공법을 쓸 때 한국만 ‘나 홀로 부채 역주행’의 길을 걷다가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가계·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는 동시에 빚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덜 걷힌 세금보다 지출이 큰 정부는 국채를 찍어 빚을 늘려 왔다. 올해 상반기 정부 재정은 103조4000억 원 적자였다. 적자가 큰데 연간 예산의 66%를 상반기에 몰아 쓰고 나니 하반기 내수 위축에 대응할 실탄은 부족해졌다.
고금리 속에서도 가계와 자영업자들의 대출 의존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대출 확대, 대출규제 도입 연기 등 ‘빚 권하는’ 정책 탓에 가계대출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폭증하고 있다. 집값, 가계대출이 불안해지자 한국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1년 7개월째 동결해야 했다. 코로나19 이후 옥석 가리기 없이 계속 미뤄진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은 수많은 좀비기업을 낳고 있다.
‘빚의 달콤함’에 너무 오래 빠져 있다 보니 이제는 극약 처방에 가까운 조치 없이는 부채의 덫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제출한 당초 계획보다 가계대출을 많이 내준 은행들의 내년 신규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대출 총량제’를 시행하겠다고 한다. 관치의 실패로 불어난 대출을 통제하기 위해 더 강력한 관치 수단을 동원하는 셈이다. 전방위 대출 통제로 인해 집 투기와 관계없는 대출 실수요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해졌다.
지난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통화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며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는 이미 6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한국도 조금이라도 일찍 금리를 내려야 서민, 자영업자를 짓누르는 이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며칠 새 수조 원씩 가계대출이 불어나고, 아파트값이 폭등한다면 금리를 내리긴 어렵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긴축적으로 짠 것도 과도한 나랏빚 때문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 빚을 늘리는 편한 길을 선택한 결과가 고통의 장기화로 이어지고 있다.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추석 의료대란 위기에도… 尹-韓, 해법 없이 갈등만
- [단독]해리스 집권시 美국무 거론 쿤스 “잔혹한 北독재자 변해야 北美정상회담 가능”
- [단독]‘딥페이크 성범죄’ 6년간 11배… 학폭-왕따 등 현실범죄 악용도
- 문체부, 대한체육회에 주는 돈 1000억 이상 줄인다
- 與 고동진, 2억원대 페라리 포함 재산 333억…野 박민규, 오피스텔 11채 등 부동산 13채
- 정쟁 바빴던 과방위, 회의 143시간중 ‘딥페이크’ 논의 16분 그쳐
- [횡설수설/정임수]성난 한국인… 국민 절반이 ‘장기적 울분’ 상태
- 1억6000만원 받고 7년간 中요원에 기밀유출… 정보사는 ‘깜깜’
- 올해 주담대 70%가 정책대출… 부동산 과열 부추겨
- 깊은 상처 안고 돌아온 고국, 따뜻한 희망의 한끼[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