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규정 어긴 회사명 공개하자… 주변 5km 내 기업, 위반 73% 감소[박재혁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지역 신문에 위반 기업 보도돼도… 주변 기업들 안전 준수 개선
실증연구 기반 효과적 규제 필요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에 깊은 슬픔과 충격을 안겼다. 리튬 배터리 폭발로 시작된 불길은 순식간에 공장 전체를 집어삼켰고, 20여 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이 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우리 산업 현장의 민낯을 드러냈고,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다시 불을 지폈다.》
2024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도 높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산업 안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지속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효과가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노조 조직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정보 공개 이후 기업들의 위반 사례가 평균 4건가량 줄었지만, 노조 조직률이 낮은 지역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이는 근로자들이 기업에 안전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때 정보 공개 정책의 효과가 극대화됨을 시사한다. 또 지역 신문에 해당 사건이 보도될 경우, 주변 기업들의 안전 규정 준수 개선 효과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 보도를 통해 정보가 널리 확산되면 기업이 받는 사회적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전 투자는 즉각적인 비용을 발생시키지만, 그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공매도 압력이 높은 기업은 단기적인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안전 투자를 줄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산업재해 발생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공매도 압력에 똑같이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기업 지배구조, 특히 이사회의 독립성과 장기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가 잘 갖춰진 기업일수록 공매도 압력에도 불구하고 안전 투자를 유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단기적인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희망적인 사실은 장기적 관점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 경우, 공매도 압력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안전 투자가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기관투자가, 강력한 협상력을 가진 노동조합, 장기적 비전을 가진 경영진이 있는 기업은 공매도 압력에 굴하지 않고 안전 투자를 지속했다.
두 연구는 모두 기업의 안전 투자에 정보의 힘과 장기적 관점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투명한 정보 공개는 기업의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고, 장기적인 투자 문화는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할 뿐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도 기여한다.
한국에서도 정부가 산업재해 현황에 대한 자세하고 투명한 기초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학, 경제학, 경영학 분야의 국책 연구원이나 학계에서 심도 있는 연구들이 확대되어야 한다. 증거 기반의 정책 수립과 사회과학적 연구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입안자들은 효과적인 규제와 혜택을 설계하고,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안전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연구① Johnson, Matthew S. “Regulation by shaming: Deterrence effects of publicizing violations of work place safety and health laws.” American Economic Review 110.6 (2020): 1866-1904.
연구② Qian, Cuili, et al. “Short-selling pressure and workplace safety: curbing short-termism through stakeholder interdependencies.” Organization Science 34.1 (2023): 358-379.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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