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극복한 선수들...패럴림픽 이들을 주목하라
세계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의 축제 2024 파리 패럴림픽이 28일(현지 시각) 막을 올렸다.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로 선정된 선수는 카누 대표 최용범(28·도원이엔씨)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패럴림픽은 장애를 갖게 된 이후에도 새로운 꿈을 꿀 기회의 장”이라고 기수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최용범 목에는 오륜기가 새겨져 있다. 비장애인 카누 선수였던 그가 21세 때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새긴 문신이다. 2022년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왼쪽 다리를 절단하게 됐고, 막막한 상황에서 중학교 시절 은사 권유를 받아 장애인 카누 선수가 됐다. 입문 10개월 만에 패럴림픽 출전권까지 따냈다. 한국 선수가 패럴림픽 카누 종목에 출전하는 건 그가 처음이다.
최용범은 “2년 전 큰 사고를 당하고 1년 동안 재활 치료를 받던 내가 패럴림픽에 출전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하던 일”이라며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며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밸런스가 전과 달라 어색해서 처음에는 물에 몇 번 빠지기도 했지만, 예전 감각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비장애인일 때도 실업팀 등에서 선수 생활을 했지만 그때는 항상 아쉽게 대표팀에서 탈락했다”며 “짧은 시간 재활과 체력, 체중 감량 등을 동시에 하면서 훈련하느라 힘들었지만 올림픽 출전 자체가 인생 목표였기 때문에 패럴림픽 출전 기회는 나에게 큰 희망”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덧붙였다.
◇상어에게 다리 잃고 재기
다음 달 8일까지 펼쳐지는 패럴림픽에선 역경을 딛고 다시 무대에 올라 값진 성과를 거두는 선수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미국 수영 대표 알렉산드라 트루윗(24)이 왼쪽 다리를 잃는 사고를 당한 것은 불과 1년 전. 예일대 수영 선수로 활약하다 졸업 직후인 지난해 5월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중 상어에게 왼쪽 다리를 물렸다. 약 70m를 전력으로 헤엄쳐 배에 올랐으나 세 차례 수술 끝에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암울한 날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살아 있고 거의 살아 있지 못할 뻔했다”고 전했다.
물 소리만 들어도 그날 기억이 되살아났다. 물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집 뒷마당 수영장에 들어갔다. 사고 3개월 반이 지나 처음 경기에 출전했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파리 패럴림픽 미국 대표팀 선발이 목표였다. “대담하고 비현실적인 희망을 붙잡기 위해 다른 사람들 재기 스토리에 의지해왔어요.”
지난 6월 미국 대표팀 선발전에서 마침내 우승했다. 이번 대회 100m와 400m 자유형, 100m 배영에 출전할 예정이다. 트루윗은 “몰두할수록 그날의 기억도, 통증도 줄어들었다”고 했고, 그의 어머니는 “사고 전이나 지금이나 기본적으로 포기를 거부하는 노력파”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이들 치유 과정을 돕고자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한(Stronger Than You Think)’이란 재단도 만들었다. 트루윗은 “물로 돌아와 기쁨과 미소를 되찾은 것이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양팔 없어도 활시위 당겨
인도 양궁 대표 시탈 데비(17)는 의자에 앉아 오른쪽 다리로 활을 들어 올리고 오른쪽 어깨에 활시위를 연결해 당긴다. 선천적으로 양팔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채 태어났다. 2022년 양궁을 처음 시작했는데 지난해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따내 패럴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항저우 장애인 아시아 경기 대회에선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양팔 없이도 어린 시절 취미로 나무 오르기를 즐겼다는 그는 인도 국내 대회에선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하기도 한다. 그는 “지금까지 딴 메달을 볼 때마다 더 많이 따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며 “누구에게도 한계는 없다. 간절히 원하고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이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했던 탁구 선수 멀리사 태퍼(34·호주)와 브루나 알렉산드르(29·브라질)는 패럴림픽에도 나선다. 태퍼는 태어날 때 어깨와 목 사이 신경이 찢어져 오른팔을 잘 쓰지 못하고, 알렉산드르는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혈전증으로 오른팔을 절단했다. 두 선수 모두 파리 올림픽에서 신유빈(20)과 경기하기도 했다. 파리 올림픽 육상 여자 멀리뛰기 금메달리스트 타라 데이비스 우드홀(25·미국)의 남편 헌터 우드홀(25·미국)도 이번 대회에 나선다. 의족을 차고 달리는 헌터는 2016 리우 은메달과 2020 도쿄 동메달에 이어 자신의 첫 패럴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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