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직원 ‘사실상 감금’…중국인 ‘대본’ 따라 움직였다

원동희,최인영 2024. 8. 2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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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7일) KBS가 단독 보도한 '캄보디아 리딩방 사기 사건' 오늘(28일)도 집중적으로 전해드립니다.

KBS 취재 결과 사실상 감금상태에서 리딩방 조직에서 일했던 한국인들은 자신들을 통제한 건 중국인들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리딩방 사기 조직의 조폭식 운영 실태를 원동희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KBS에 제보한 조직 내부자가 캄보디아에 들어간 건 올해 초.

처음엔 콜센터 '고액 아르바이트'로 알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매일 20층에 있는 숙소에서 4층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했는데, 중국인의 지시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중국인 조직원 : "오전에 이 상품을 추천하지말고 오후에 나가는 배당 (건)을 추천해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중국어 지시가 실시간으로 번역돼 전달되고, 한국 조직원들은 숫자 '1'을 눌러 알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뜯어내란 지시에 전화도 돌리고 메시지도 보냈지만.

[실제 통화 : "(목표 수익률은 300~350% 보고 있어요. 회원님도 수익 보셔야죠.) 그렇게 큰 수익 보는 거도 지금 저도 얼떨떨 한데..."]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심한 압박이 가해졌습니다.

[조직 내부자 : "얘네들은 한 150억, 300억 원을 바랐거든요. 그래서 그거 뽑을 때까지 못 나가게 한다는 그런 압박도..."]

출입이 통제된 한국 조직원들은 배달을 시키거나 건물 내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인근 한식당 종업원/음성변조 : "도시락은 거의 점심 저녁으로만 나가고 있고요. 점심에만 한 100개 정도..."]

주말에 한 번 주어지는 짧은 외출 시간, 이때 병원에 가는 등 개인 용무를 봐야 했습니다.

[인근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한국인들 얼마나 많이 와요?) 많이. 90% 한국사람이예요."]

하지만 일과 중엔 휴대전화를 압수당했고, 여권 사본도 제출한 상태라 완전한 탈출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조직 내부자/음성변조 : "그냥 휴대전화 되는 교도소라고 생각합니다. 전기 충격기나 다들 총을 차고 있어가지고 그런(탈출) 시도는 생각하지도..."]

중국인들의 통제 속에 한국인들을 하수인으로 리딩방 조직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앵커]

KBS는 이 리딩방 사기조직의 내부 문건도 입수했는데, 문건을 분석해 보면 리딩방 사기는 접근, 신뢰형성, 그리고 갈취의 세 단계로 진행됐습니다.

이들의 정교하고 치밀한 사기 수법을 보시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사기망에 걸려드는지 경각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어서 최인영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내부자가 건넨 USB에는 모두 9개의 파일이 들어있었습니다.

중국인 총책 지시 내용부터 피해자 명단까지 조직 운영에 필요한 모든 자룝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범행을 재구성해봤습니다.

조직원들이 받은 첫 번째 임무는 피해자 모집.

[조직 내부자/음성변조 : "페이스북 광고나 아니면 구글 광고를 클릭해서 직통으로 밴드로 들어오실 수 있게 하고. 영업자들 1명당 (개인정보를) 3천 개씩 받은 다음에 한 분씩 다 전화를..."]

피해자가 모집되면 바로 '담당자'가 지정됐고 다음 단계로 '신뢰'를 얻기위한 속임수가 시작됩니다.

누나, 삼촌이라 부르며 친근하게 접근한 담당자들.

[A 씨/리딩방 사기 피해자 : "인간적인 어떤 그런 관계를 맺으려고 해요. '이모님'한다든지, '식사는 하셨냐'..."]

조직에 영입된 주식 전문가를 동원해 전문적인 조언을 해 주기도 합니다.

[조직 내부자/음성변조 : "밴드 방에 100명이 있고 30~40명이 다 말을 해도 안에 있는 사람은 피해자분과 그리고 담당자 1명밖에..."]

이 모든 과정은 100명 넘는 참가자가 있는 대화방에서 이뤄집니다.

놀라운 점은 사실 이 대화방의 실제 참여자는 담당자와 피해자 둘 뿐이라는 겁니다.

[조직 내부자/음성변조 : "밴드 방에 100명이 있고 30~40명이 다 말을 해도 안에 있는 사람은 피해자분과 그리고 담당자 1명밖에..."]

담당자가 휴대전화 수십 대를 이용해 미리 준비된 대본을 붙여넣으며 피해자를 속이는 겁니다.

[조직 내부자/음성변조 : "'교수님 수업 꼭 참석할게요. 매니저님 공지 감사합니다. 복사 붙여넣기만 일일이 방마다 다 하는 거예요."]

어느 정도 신뢰를 얻으면 주식투자 앱 설치를 권유하며 본격적인 '갈취'가 시작됩니다.

정상적인 주식 거래 앱처럼 입금한 금액이 나타나고 주식을 사고 팔고 투자 수익률도 표시되지만 모두 가짭니다.

[조직 내부자/음성변조 : "관리자 페이지에서 시간을 따로 조작을 해가지고 30% 수익이 나게끔 만든 다음에..."]

수익을 얻은 줄 아는 피해자에게 담당자들은 '대박 건'이 있다며 큰 금액을 입금하라고 권유합니다.

[조직원-피해자 간 실제 통화 : "저희가 지금 목표 수익률은 300~350%로 보고 있어요. 작년 6월부터 공모주 상한가가 400%까지 확대된 건 아시죠?"]

조직원들이 짜둔 덫에 피해자는 한순간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날리지만 친절하던 담당자들은 이미 잠적한 뒵니다.

[조직원-피해자 간 실제 통화 : "(이거는 제가 뭐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요.) 나 잠도 못 자고 이러다 죽겠어 지금."]

KBS 뉴스 최인영입니다.

[앵커]

KBS는 리딩방 사기 피해를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서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한 리딩방 사기 수법을 인터랙티브 웹 페이지에 재구성했습니다.

KBS뉴스 홈페이지를 통해서 리딩방 사기 수법을 보다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촬영기자:김경민 정준희/그래픽:김지혜 채상우

캄보디아의 [내부자들]: 불법 리딩방 의 비밀
https://news.kbs.co.kr/special/cambodia/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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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최인영 기자 (inyo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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