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백신 왔는데…접종 위한 ‘일주일 평화’도 없는 가자지구
어린이 64만명 접종 차질
유엔 “5~7일 전투 중단을”
이스라엘 측은 동의 안 해
유엔이 25년 만에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백신 접종 계획을 세웠으나 이스라엘군의 연이은 대피령 발동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유엔에 따르면 지난 25일 120만회분의 소아마비 백신이 가자지구에 도착했으나, 계속되는 대피 명령과 연이은 폭격으로 백신 배포가 어려운 상황이다. 접종 대상은 가자지구 내 10세 미만의 어린이 64만명으로, 유엔과 구호단체들은 백신 접종에 5~7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지구에서는 ‘구시대 감염병’으로 불리는 소아마비 환자가 최근 25년 만에 발생해 질병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태어난 것으로 추산되는 아기 5만명은 대부분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과 구호단체들은 백신 접종을 위해 며칠만이라도 ‘인도주의적 전투 중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유니세프 중동지역 대변인인 조너선 크릭스는 “지금처럼 전투가 활발한 지역에서 대규모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백신 접종을 위한 5~7일간의 전투 중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백신 접종을 위한 즉각적인 인도주의 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이번 주말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이스라엘군과 협의 중이다. 앞서 휴전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 19일 이스라엘을 찾았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백신 반입에 동의했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은 여전히 폭격 중단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최근 들어 더 자주 대피령을 발동하고 민간인 대피 지역인 ‘인도주의 구역’을 축소하면서 가자지구 내 보건 위기가 더욱 심화하는 상황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스라엘이 대피 장소로 지정한 알마와시는 가자지구 총면적의 11%인 41㎢에 불과하며 생활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지역”이라며 “그런데도 잦은 대피령으로 피란민이 몰려 1㎢당 3만~3만4000명의 인구 밀도를 나타내는 극심한 과밀지역이 됐다”고 밝혔다. OCHA는 이곳의 식수 및 위생 시설, 의료 서비스 부족 등이 전염병 확산 등 심각한 보건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비판과 경고에도 이스라엘군은 최근 가자지구 중부 일대에 대피령 발동을 늘리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달 들어 지난주(19~24일)에만 일주일 기준 최다인 5차례 등 총 16차례 대피령을 발동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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