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갔다가 사람이 주는 힘 배웠죠”
63명 활동종료 후 경험 공유
“공동체 일원으로 성장 느껴
타인 도우며 자존감 상승도”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 욕야카르타 북쪽 마을 펜팅사리에 한국 청년 10명이 모였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없어 밖에서만 노는 아이들을 위해 동네 차고지를 도서관으로 바꾸는 작업 때문이었다. 돌바닥은 다져 타일을 붙이고, 양철 지붕은 구멍을 메우기로 했다. 시멘트 벽면에 목재 가벽을 세워 벽화를 그리고 책상과 책장, 커튼을 달기까지 12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머리 맞대고 힘을 합쳤다.
가진 예산으로 책 250권을 사고 지역 대학생과 주민들에게 기부받아 631권이 가득한 공간을 완성했다. 해외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파견됐던 ‘서울시 청년 해외봉사단’ 2기 단원 63명이 지난 26일 서울에서 다시 모여 이처럼 남을 돕는 경험을 통해 자신이 성장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도서관 프로젝트팀장이었던 왕제문씨는 “단원과 주민이 행복해지는 것이 진짜 봉사활동의 의미라고 느꼈다”며 “사회에 나갈 힘을 얻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봉사단은 국제개발 협력활동을 하면서 청년들이 자존감을 높이는 한편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려고 시작된 사업이다. 지난해 처음 몽골 현지 기후환경 보존 활동에 1기 단원 40명이 파견됐고, 올해는 2010년 화산 폭발 이후 여전히 복구가 한창인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와 자카르타 인근 판자촌 마을의 주거·교육환경 개선에 단원들이 투입됐다.
서울에 사는 19~39세 참여 청년들은 “첫 직장에서 일찍 퇴사한 후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미래와 진로의 방향이 보이지 않아” 봉사를 떠났다고 했다. 현지에서 한 달간 타인을 위해 생활하며 “주민들에게 받은 대가 없는 사랑을 통해 사람이 주는 힘을 배웠고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는 나를 발견한 후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단원 도모씨는 “1년 이상 집에만 있던 내가 ‘사회에 필요 없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을 전환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참여자들은 “서로 협력하는 생활 속에서 주변의 많은 도움을 체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귀국 후에도 이번 해외 봉사활동 경험이 진로 모색이나 취업 준비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우수 활동자에 대한 서울시장 표창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해외 경험이 부족한 이들을 지원하는 ‘서울 청년 해외원정대’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약 3주간 미국·베트남으로 떠난 원정대 30명은 현지 기업 탐방을 하며 자신의 진로와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 이재연씨는 “개인적 성취를 넘어 공동체 일원으로서 성장했다고 느꼈다”며 “관심 분야가 비슷한 원정대원들과 관련 스터디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직장·학교를 다니는 청년들이 지원 정책을 매개로 봉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예를 들면 고립·은둔 청년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기부 마라톤’에 참여하는 식이다. 돌봄과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올해 500명이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서울 청년들의 선한 영향력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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