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로 퍼진 ‘딥페이크 피해’…“학폭 해당” 179건 수사 의뢰
교육부, TF 구성 매주 1회 조사…상황 악화에 늑장 대응
텔레그램을 통한 딥페이크 성적 허위 영상물 피해가 초중고등학교로까지 퍼지면서 현재까지 최소 200건에 가까운 피해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가칭 ‘학교 딥페이크 대응 긴급 전담조직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학교 딥페이크 피해 상황을 매주 1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하며 올해 1월부터 지난 27일까지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총 196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179건을 수사당국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피해를 신고한 학생은 186명, 교원은 10명이다. 학교급별 피해 현황을 보면 학생은 초등학교 8명, 중학교 100명, 고등학교 78명이고 교원은 중학교 9명, 고등학교 1명 등이다. 딥페이크 피해를 입은 학교 명단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자 교육부는 전날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TF를 구성했다.
딥페이크 가·피해자가 학생인 경우 학교폭력으로 분류된다. 김도형 교육부 학교폭력대책과장은 “학교폭력 처벌 수위는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정하도록 돼 있고 지속성·고의성·피해의 크기·피해 회복 여부 등을 본다”며 “딥페이크의 특성상 아주 고의적이고 피해가 클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처벌 수위도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를 입은 교원은 교권침해 직통번호 1395를 통해 신고하면 된다. 1395에서 심리상담 및 치료, 법률 지원 상담 연계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교육부는 다음달 중 여성가족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관계부처 대책 마련 회의를 열 예정이다. 10월에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교육 분야 딥페이크 대응 후속조치를 안건으로 상정한다.
교육부가 대책을 발표했으나 피해가 확산된 뒤에야 늑장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통해 별도로 서면 인터뷰한 사례에 따르면 학생·교원 할 것 없이 학교에서는 딥페이크 피해에 노출돼 있었다.
A학생은 지난해 1200~1500명 규모의 텔레그램 채팅방에 자신의 불법촬영 및 불법합성물이 유포되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0월 A학생의 개인정보가 함께 유출되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협박 연락을 받아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올해 3월에야 A학생은 친구들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친구들이 사건을 신고해 경찰 수사가 진행됐으나 텔레그램 수사가 어려워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교사 B씨는 결혼사진, 아이 사진을 도용당해 딥페이크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는 SNS에 B씨의 인적사항을 유포하고 게시글에 B씨 이름을 태그하기까지 했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피해 현황도 과소 집계된 측면이 있다. 지난 1월부터 지난 25일까지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신고된 합성·편집 피해 건수만 하더라도 미성년의 경우 288건이다. 피해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학교나 교육청, 수사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피해자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크다.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저희도 이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주 데이터를 업데이트해 필요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과 디지털 규범 및 윤리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급하게 예방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거제의 한 중학교에서 만든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예방교육 실시 및 결과 보고’ 문서를 보면 지난 27일 오전 8시30분부터 8시45분까지 ‘교내 방송’을 통해 예방교육을 했다. 15분간만 교육이 이뤄진 셈이다.
탁지영·김원진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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