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보호받게 된 PA간호사…‘시행령 구체화’ 갈등 불씨 남아

최서은 기자 2024. 8. 2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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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의료서비스 기대 속…여전히 갈 길 먼 ‘업무 범위 규정’
의협 “악법” 대정부 투쟁 예고…직역갈등 심화·역효과 우려도
어떤 미래를 걷게 될까 PA(진료지원·전담) 간호사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8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간호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불법행위를 걱정하며 일해야 했던 PA(진료지원·전담) 간호사들이 법적 보호를 받으며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 PA 간호사의 구체적 업무 범위 등은 시행령을 통해 정하도록 해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을 일정 부분 메우면서 안정적인 의료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사단체들이 “의료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의료계 내 직역 갈등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PA 간호사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PA 간호사는 수술 준비와 보조 등 역할을 하며 의사의 업무를 일부 대신 수행한다. 일본·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선 법으로 규정한 직무이지만 그간 국내에는 법적 규정이 없어 PA 간호사들이 부족한 의사의 업무를 떠맡으면서도 불법으로 내몰려왔다. 현재 전국적으로 1만명 이상이 PA 간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PA 간호사 업무 범위와 관련해 여야 간 이견이 있었으나 법 통과가 우선이라는 인식하에 ‘진료지원 업무의 구체적인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는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대한간호협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간호법 통과는 2005년 국회 입법으로 시도된 후 무려 19년 만에 이루어진 매우 뜻깊고 역사적인 사건”이라면서 “간호법 국회 통과로 간호돌봄 체계 구축과 보편적 건강 보장을 실현해 나가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했다.

간호법이 통과되면서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하며 생긴 의료공백을 메우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들의 업무가 확장되면서 현장에서 의료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전공의 공백을 메우던 PA 간호사 역할을 합법화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의료인력 간의 업무 유연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PA 간호사는 “불안해하면서 일하는 분들이 엄청 많았다”면서 “법제화되면 업무에 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핵심 쟁점인 PA 간호사 업무 범위를 시행령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 남아 있어 진통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 간호계는 PICC(말초 삽입 중심정맥관), T-tube(기관절개관) 발관 및 교체, 피부 이외 수술 부위 봉합 또는 봉합 매듭을 PA 간호사 업무 범위에서 제외할 것, 적정 인력 및 처우를 보장할 것, 의료기관별 현황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관리·감독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간호법 제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의협은 이날 “간호법은 직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공의 수련 생태계를 파괴하는 의료악법인 동시에 간호사를 위험에 빠뜨리는 자충수”라며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되고, 업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데 따른 혼란 등으로 의료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그 피해가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방사선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 14개 보건의료단체가 뭉친 보건복지의료연대도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간호법 통과를 두고 의료계 내 직역 갈등이 심해지면서 의료공백이 더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간호조무사 단체도 간호법 안에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학력 제한 폐지가 빠졌다는 이유로 “결사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국 의과대학들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도 간호법 졸속 추진에 반대한다고 공동성명을 낸 만큼 현재 전공의들이 떠난 대학병원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의대 교수들마저 행동에 나선다면 의료공백과 갈등의 씨앗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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