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유예도 대안 중 하나”…한동훈에게 힘 실어준 이재명
‘용산과 선긋기’ 압박 분석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의·정 갈등과 관련해 의대 증원 유예도 대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입장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주요 정책 현안에서 윤 대통령과 확실하게 선을 그으라는 압박으로도 분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이 붕괴 위기”라며 “응급실 본인부담금을 올리는 엉터리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의사 정원을 2000명 올리겠다고 하는데, 그 2000명의 근거가 대체 뭔가”라며 “5년 안에 1만명을 늘리겠다 이럴 게 아니라 10년간 목표로 좀 분산할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또 “한동훈 대표께서 의대 증원을 유예하자는 이야기를 하셨던 거 같다”며 “내가 보기엔 현 상황에 의료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에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백안시하지 말고 이 문제를 포함해서 의료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심도 있게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의 이날 입장은 의대 증원 유예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과 한 대표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가운데 한 대표에게 일부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25일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정부에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보류를 제안했으나,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제안한 다음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후로도 양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갈등이 다시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 대표에게 공감을 표한 이 대표 발언은 여권 분열 상황을 부각시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야당 내에서는 이 대표의 언급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등 주요 현안에서 윤 대통령과 확실히 선을 긋지 못해온 한 대표에 대한 ‘압박성’ 지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한 대표는) 윤석열의 교정자인지 아바타인지 이번엔 분명히 하기 바란다”며 “이번 딱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끝까지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의·정 갈등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 이해관계인들의 사회적 대화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가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인데, 그런 점에서 이 의료갈등 문제는 해결해야 된다”며 “나 역시 이해관계인들을 만날 생각이며, 국회가 갖고 있는 기능과 역할을 토대로 사회적 대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신주영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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