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3개월 만에 첫 고성·퇴장 없는 본회의…28개 법안 통과
구하라법도 5년 만에 의결…거부권 없이 공포·시행될 듯
국회가 28일 여야 합의를 거친 28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22대 국회 개원 후 3개월 만에 고성과 퇴장 없이 법안을 처리한 첫 본회의였다. PA(진료지원)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정한 간호법 제정안과 정부가 피해주택을 경매로 매입해 20년 동안 살 수 있게 하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전날 간호법 제정안에 합의한 후 이날 일사천리로 보건복지위·법제사법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이를 의결했다. 이로써 의사들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1만6000여명의 PA 간호사가 법적 지위를 보장받게 됐다.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복지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간호조무사의 응시 학력 기준은 추후 논의키로 했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자치단체가 피해 주택을 경매로 매입한 후 피해자에게 최장 20년간 제공하는 내용이다. 피해자가 피해액과 비슷한 금액의 민간임대를 구해 살거나 경매에서 얻은 차익을 받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피해자로 인정되는 보증금 기준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였다. 피해지원위원회 판단에 따라 최대 7억원의 보증금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두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강행 처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후 폐기됐던 법안들이다. 22대 국회 들어 정부·여당과 야당이 핵심적인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면서 합의안을 마련했다. 여당은 간호법이 의료법 체계를 무너뜨린다는 주장을 철회했고, 야당은 의사들의 반발을 불렀던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했다. 전세사기특별법에선 야당이 ‘선 구제, 후 회수’ 방침을 철회하자 정부가 사실상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는 대안을 제시해 차이를 좁혔다.
이날 본회의에선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 권한을 박탈하는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2019년 사망한 가수 구하라씨의 친모가 어릴 때 가출한 후 20년 만에 나타나 상속권을 요구한 일을 계기로 발의됐지만 여야 갈등 속에 미뤄지다 5년 만에 통과됐다.
이 밖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 자료를 부당하게 가져가려 할 때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 범죄 피해자가 사망해도 구조금을 유족에게 지급할 수 있게 한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 취약계층이 도시가스 요금 감면에서 누락되지 않게 지방자치단체 등이 대신 신청할 수 있도록 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날 통과한 법안들은 22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없이 공포·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도 민생 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 기류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양곡관리법 등 양측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법안들이 각 상임위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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