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도 미룬 ‘윤·한 갈등’ 전면전 양상
대통령실 “이해집단에 굴복하면 정상적 나라 아냐”…하루종일 난타전
대통령실과 여당이 의·정 갈등 해법을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연기했고, 대통령실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시한 해법인 의대 증원 유예안을 거부했다. 한 대표도 “당은 민심을 전해야 한다”며 맞섰다. 여권 내부 불통, 정책 조율 능력 상실, 손상된 대통령 리더십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제안한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과 관련해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한덕수 국무총리께서 당에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입장과 무관하게 대통령실은 항상 일관된 입장이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교체에 대해서도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논의되는 의·정 갈등 해법에 반대 입장을 다시 강조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30일로 예정됐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도 연기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할 것”이라며 “추석을 앞두고 당정이 모여 밥 먹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민생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완전히 입장이 다른 상황이라 같이 밥 먹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통령실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약 70분 동안 의료개혁에 대해 설명하며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자는 것은 대안이라기보다는 의사 수 증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며 “폄하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해집단의 끈질기고, 구조적인 저항에 굴복한다면 정책을 펴기 어려운 형국에 빠져들고, 정상적인 나라라고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당 의원들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당이 민심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며 “거기에 대한 논의, 어떤 게 정답인지만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은 누적돼 ‘n차’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22대 총선 비례 공천 파동, 김 여사 문자메시지 무시 및 공개 논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등에 대한 입장차가 대표적이다.
윤·한 갈등이 반복되면서 두 사람 사이 관계는 점차 회복이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한 대표가 어느 시점엔 직을 던져야 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오히려 맞부딪쳐 싸워주는 용산 덕분에 한 대표가 계속 생존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쪽은 무너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순봉·유새슬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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