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설 수 있던 힘은”…작가로 변신한 이동국, 객석 감동시킨 그의 인생
최연소 월드컵 출전·K리그 부흥의 주역
실패와 좌절…자신의 과거 서술, 후회·준비 ‘인생 단련’ 비법 담겨
“결과를 받아들이는 힘은 ‘준비 과정’에 있었습니다. 내 앞에 주어진 매일의 일상을 묵묵히 해나간다면 결승골을 넣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최선을 다했다면, 설사 원하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좌절 끝에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됐습니다.”
845경기 344골. 만 열아홉 살 역대 한국 선수 최연소 월드컵 출전. 서른여덟 살 국가대표 선수. 전북 현대의 영구 결번.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로 불리우는 이동국(45) 전 축구선수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숱한 좌절과 역경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K리그 부흥을 이끌었던 그는 축구의 도시 수원에서 자신의 두 번째 에세이 ‘결과를 아는 선택은 없다’ 북 콘서트를 통해 자신의 축구 인생사를 이야기했다.
올해 초 출간된 ‘결과를 아는 선택은 없다’는 총 5부로 구성된 책으로 어린 이동국이 축구선수로 결심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최연소 월드컵 출전이라는 기록과 2002년·2006년 월드컵에서의 고난과 역경, 그럼에도 좌절을 견뎌낼 수 있었던 그의 마음가짐의 변화와 은퇴 후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지난 24일 수원문화원과 인북출판사 공동 주최로 빛누리아트홀에서 열린 ‘결과를 아는 선택은 없다’ 북콘서트에서 그는 책을 바탕으로 한 보다 진솔하고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이날 이동국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바로 프로로 데뷔한 건 당시로서 파격적인 선택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나의 인생에서 가장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선택 덕분에 19살 역대 최연소 월드컵 출전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 선수에게 쏟아졌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곧 좌절이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당연히 경기를 뛸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안’에서 함께 뛰는 것이 아닌, ‘밖’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던 좌절의 상황에서 그는 마음가짐을 완전히 새롭게 바꿨다. 이 선수는 상무에 입대해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고 표현했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 선수들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을 보며 그는 “많이 반성하고, 다시 일어날 기회를 군대에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을 단련시키기 위한 강력한 일상, 습관의 힘을 통해 훈련을 이어갔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그가 부상이라는 막다른 결과지를 받았을 때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2002년과 2006년의 나는 분명히 달랐다. 결국 결과를 받아들이는 힘은 준비 과정에 있었다. 후회 없이 준비하니 어떤 결과가 와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한 그의 말처럼 책에는 인생을 단련시켜 나가는 비법이 담겨있다.
전북 현대에서 K리그 부흥을 이끌었던 그는 38살의 나이, 2017년 8월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대표팀의 부름을 받게 됐다. 당시를 회상하며 이 선수는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그라운드에 올라섰을 때 수많은 관중이 환호해주는 것에 전율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15~20살 가까이 차이나는 선수들과의 경쟁,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경기 시간이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이동국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의미는 달라지는 것”이라며 “결국 묵묵한 노력 끝에 나는 ‘다시 찾게 되는 사람’이 됐고, 나를 기다리고 환호해주는 관중 덕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만 41세 은퇴. 845경기 344골. 이 선수는 ‘845’를 “프로의 정글에서 살아남았음을 증명하는 것 같아 가장 애정하는 숫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은퇴를 할 때 내가 뛴 경기는 844경기였지만, 은퇴식 이후 감독님이 다시 한번 불렀다”며 “FA컵 결승전을 소화하고 우승컵을 들며 모든 것을 마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북현대에서 열 번째 트로피를 은퇴 후에 들게 된 것이다.
이날 그는 현장에 자리한 국가대표 꿈나무와 축구 팬들에게 ‘긍정적인 습관’의 힘을 강조했다. 비교적 남들과 늦은 나이에 시작한 축구, 어린 이동국은 강해지고 싶었다고 한다. 학교를 향하기 위해 매일 버스를 타고 두 시간씩 이동하던 그는 자신에게 특별한 미션을 줬다. 버스 안에서 뒷꿈치를 들고 버틸 수 있다면,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낸다면, 분명 나에게는 보상이 주어지리라는 것이었다.
그는 "무언가를 마음 먹으면 해낼 수 있다는 성취를 처음 맛본 것이 초등학생 때 였다”며 “반복된 일상 속 작은 성취가 멘탈(정신)을 강하게 만드는 게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책을 통한 수익은 작가의 뜻에 따라 아이들의 꿈을 위해 아동 복지 시설에 기부될 예정이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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