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된다' 눌러쓴 바람이 메달로…임애지가 꿈꾸는 복싱
"난 된다. 무조건 된다. 난 해낸다", 노트 한편에 써놓은 주문 같은 문장들, 누가 적은 걸까요? 올림픽에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아서 중계방송조차도 외면하자 내 경기를 봐달라고 호소했던 임애지 선수입니다. 결국 동메달까지 따고서는, 자신의 뒷이야기를 JTBC에 공개했습니다.
정수아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임애지/복싱 대표팀 : 음…비밀로 하겠습니다.]
임애지는 파리에서 말 한마디로 눈길을 붙잡았습니다.
나란히 동메달 시상대에 선 북한 방철미가 자칫 곤란해질까 봐 둘 사이의 이야기를 묻는 질문에 센스있게 넘어간 겁니다.
[임애지/복싱 대표팀 : 국기가 올라갈 때 옆에 나란히 있으니까 그런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슨 감정이라고 딱 이렇게 말 못할 것 같아요.]
냉랭한 분위기도 환한 웃음으로 밝혔던 임애지는 지난 7년간 국제대회서 메달이 없어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묵묵히 펀치를 날리며 속마음은 노트에 꾹꾹 눌러썼습니다.
주문 같은 바람은 진짜 현실이 됐습니다.
[임애지/복싱 대표팀 : 잔머리 대왕 스타일, 잘하는 애들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했고 또 어떤 운동 방법이 나한테 맞는 건지를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여자 복서로서 살아간다는 것, 임애지에겐 모든 게 장벽이었습니다.
동메달을 딴 54kg급은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국내 대회에선 아예 없는 체급입니다.
어쩔 수 없이 체중이 한참 더 나가는 60kg급에서 뛰어야 했습니다.
[임애지/복싱 대표팀 : 다시 6㎏를 찌워야 되는 상황이 왔을 때 나는 도대체 뭘까? 나는 사람들이 너 몇㎏급이냐고 물어보신다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되지.]
그나마 내년 전국체전부터 54kg급 신설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들려 반갑기만 합니다.
임애지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복서가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멋진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임애지/복싱 대표팀 : '진짜 잘한다' 이런 것보다 '와, 진짜 즐기면서 한다. 재밌게 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기억 해주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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