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선의 틈]윤석열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는 있나
4월 꿈틀대는 집값 ‘굳이’ 제어 안 해
스트레스 DSR은 ‘갑자기’ 두 달 연기
가계부채를 ‘돌연’ 은행 탓으로 돌려
부동산·내수부진 엇박자만 더 커져
시계열을 돌려보자. 윤석열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은 침체됐다. 올해 1월 신생아 특례대출 상품이 출시됐다. 저출산 대응책이었다. 1% 저금리로 대출받아 집을 살 수 있는 상품이다. 출시 5개월 만에 6조원의 대출이 나갔다. 정책대출 상품은 인기였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도 작용했다. 변곡점은 올해 3월이다. 3월 서울 집값 하락세가 멈추기 시작했다. 송파구가 상승세로 전환했다. 곧 5개구가 이어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다음 주에는 7개구가 올랐다. 4월 초 서울 아파트값은 전체적으로 상승 전환했다. 정부 안에선 반색하는 기운도 있었을 터다. 총선을 앞두고 있던 시기다. 집값 급등은 정권에 부담이지만 집값 급락도 정권을 위협한다. 선거를 앞둔 정부 입장에서 이제 막 꿈틀대는 집값을 ‘굳이’ 제어할 이유가 없다.
정책은 일종의 신호다. 6월 말 금융당국은 ‘갑자기’ 대출 한도를 조이는 스트레스 DSR 적용 2단계 도입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7월1일 시행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소상공인 등 한계에 내몰린 취약계층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 띄우기가 아니라고 했다. 두 달 미루면 부실 부동산 PF가 해결되고, 취약차주 충격이 줄어드는가. 궁색했다. 스트레스 DSR 연기는 한도가 줄어들기 전 대출을 당겨받으라는 ‘신호’였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대출을 미리 받아놓으라”는 조언이 나돌았다.
가계부채는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행의 가계부채는 4월 5조원대, 5월 6조원대로 증가폭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안정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반복했다. 7월 들어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경고했다.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대응했다. 당시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국내 시장금리는 떨어졌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내렸어야 했다. 당국 압박에 금리는 반대로 흘러갔다.
금융당국은 ‘돌연’ 태도를 바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7~8월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은행 탓’을 하기 시작했다. ‘남 탓’의 절정은 이복현 금감원장이다. 그는 지난 25일 KBS에 출연해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에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고 했다. 대출 총량을 조절했어야지 금리를 올리란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은 한 달 전부터 20여차례 이뤄졌다. 그때는 무엇을 했는가. ‘관치’를 하더라도 제때 제대로 해야 한다. 이 와중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잘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대책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서울 집값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연일 서울 집값이 오르는 7월 중순 “우리나라 경제, 부동산을 둘러싼 문제들이 (집값을) 몇십퍼센트씩 상승시킬 힘이 없는 상황”이라며 “수급 문제보다는 금융장세적 성격”이라고 했다. 수요와 공급 논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달 8일 ‘느닷없이’ 그린벨트 해제를 담은 공급 대책을 내놨다. 안이한 판단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서울 집값이 5개월째 상승하는 동안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만나는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는 7월에서야 열었다. 10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클라이맥스는 최근 대통령실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한 이후 “아쉽다”는 공식 입장을 ‘굳이’ 냈다. 독립적 금리 결정에 입장을 낸 것 자체가 문제지만 내용 면에서는 할 말을 더 잃는다. 내수가 부진한데 금리를 내리지 않아서 아쉽다고 했다. 수출만 잘나가고 온기가 내수로 이어지지 않은 지 오래다. 정책과 재정으로 내수부진을 해결할 주체는 대통령실이고, 정부다. 독립기관인 한은이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은 혼자서 다 잡을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 모든 장면의 ‘굳이’ ‘갑자기’ ‘돌연’ 키워드는 하나로 귀결된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는 없다. 윤 정부의 경제 방향이라고 내세울 가치도, 욕을 듣더라도 각 부처를 조율할 경제 관료도 보이지 않는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내수부진의 엇박자만 커져간다. 미셸 오바마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국의 희망이 돌아오고 있다”며 “뭐라도 하라”고 외쳤다. 반대로 말해야겠다. 희망이 꺼져가고 있다. 뭐라도 하라.
임지선 경제부 차장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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