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정산 지연 탓…판매자 선정산 대출, 작년 1조5258억원
은행, 이자 수익 5년간 117억 챙겨…정부, 40일 이내 정산법 추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티몬 입점업체들이 은행에서 끌어다 쓴 ‘선정산대출’이 1년 새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티몬을 비롯한 e커머스 업체 전체의 지난해 선정산대출 규모는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은행들은 선정산대출 이자로 5년간 110억원 이상을 벌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8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선정산대출을 취급하는 3개 은행(SC제일·KB국민·신한은행)이 지난해 신규 취급한 선정산대출액은 전년 대비 49% 늘어난 1조5258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수치는 11개 e커머스(CJ오쇼핑·G마켓·SSG닷컴·W컨셉·KG이니시스·무신사·에이블리·위메프·쿠팡·티몬·티몬월드)와 이외 기타 업체에 속한 판매자들이 받은 대출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선정산대출은 e커머스 회사가 정산을 늦게 해주자 일시적으로 자금 여력이 떨어진 입점업체를 위해 은행이 만든 단기 신용대출 상품이다.
온라인 쇼핑몰 판매를 증빙하는 매출채권을 통해 대출이 실행되고, 추후 e커머스 플랫폼이 지정한 정산일에 대출이 자동 상환되는 구조다.
선정산대출 취급액은 2019년부터 매해 늘었다. e커머스 시장 자체의 지속적인 성장세와 더불어 일부 업체의 정산주기가 늦춰지면서 단기 대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선정산대출이 2022~2023년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티몬이다. 티몬 입점업체들의 선정산대출 취급액은 2022년 873억원에서 지난해 2566억원으로 3배가량 뛰었다. 올해도 1~7월 이미 2000억원을 돌파했다. 티몬이 판매 프로모션을 많이 붙여 입점업체들을 끌어모았고, 주간 단위로 정산했던 대금을 지난해 월간 단위로 바꾸면서 대출 수요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쿠팡도 지난해 5658억원의 선정산대출을 취급했다. 쿠팡의 정산주기도 최대 60일로 긴 편이다. 반면 정산주기가 7~8일로 빠른 편에 속하는 G마켓은 2022년 463억원에서 지난해 346억원으로 오히려 신규 취급액이 감소했다.
은행들은 이 같은 선정산대출로 2019년부터 올해까지 117억원가량의 이자 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정산대출을 내준 3개 은행은 입점업체들에 평균 5~6%대 이자를 받으면서도 e커머스 업체에 대한 별도 신용평가는 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에 정산주기를 단축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산주기를 40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무를 겸하는 e커머스 업체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PG사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금 규모를 상향하고, 경영지도기준 미준수에 대한 조치 근거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e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해 왔음에도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면서 “신속한 제도 개선과 시장 모니터링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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