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랭커에게 자유를’
대한배드민턴협회가 파리 올림픽에서 안세영(22·삼성생명·사진)이 제기한 국가대표 운영과 관련 규정 완화를 논의하고 있다. 모든 국가대표를 한데 묶어 단체로 관리하던 관행에서 톱 랭커에게 상당한 개인적인 융통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예상된다. 김택규 협회장은 지난 27일 전남 목포체육관에서 연합뉴스를 통해 “구세대 관습은 없애야 한다. 국가대표 선발, 후원과 계약에 대한 규정을 모두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용품 계약을 개인이 별도로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리라 전망된다. 국가대표팀은 모든 용품을 요넥스로 쓰고 있지만, 안세영 등 다른 몇몇 선수들은 다른 브랜드 제품을 원한다. 유니폼과 달리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신발, 라켓은 선수 개인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이다.
출전할 국제대회를 선수가 일정 부분 선택할 수 있는 조항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일단 국가대표가 되면 대부분 협회 결정에 따라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안세영처럼 세계 톱 랭커들은 출전할 대회와 쉴 대회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주는 게 필요하다. 안세영은 천위페이(중국),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등이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움직이고 올림픽 등을 앞두고 휴식을 통해 컨디션을 조절하는 상황을 부러워했다.
현재 협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르면, 단식은 세계 16위까지, 복식은 8위까지 국가대표로 자동 선발된다. 이들 중 세계 몇위까지 국제대회 선별 출전권을 줄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안세영과 비슷한 요구를 하는 다른 국가대표들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대회 선별 출전권을 받으면 세계랭킹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끌어올리는 것은 오롯이 선수의 몫이 된다.
세계 톱 랭커들에게 용품 계약 등에 대한 자율권을 준다면, 협회가 받는 후원금, 후원 용품 등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폰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협회는 요넥스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 기존 후원사인 KB금융그룹, S-오일뿐만 아니라 배드민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동남아로 사업 확장을 원하는 기업들을 추가로 발굴해야 한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일본배드민턴협회는 요넥스를 후원사가 아닌 용품 공급사로만 분류한 뒤 다이하츠(경차·소형차 제조), ANA(항공사), 린나이(가스 가전 제품), JTB(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여러 후원사를 두고 있다”며 “우리도 스폰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요넥스 후원이 감소하는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배드민턴계 종사자는 “한국처럼 국가대표를 모아 집단 훈련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며 “대만, 홍콩 등 국가대표에게 지원금을 주고 알아서 랭킹을 조절하라고 맡기는 나라도 적잖다”고 했다.
박찬호·이승엽(이상 야구), 박세리(골프), 박지성(축구) 등 성공한 스포츠 스타들을 보고 많은 ‘키즈’가 나와 또 다른 스타가 됐다.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는 “어떤 종목에서든 세계랭킹 1위는 몇십년 만에 나올까 말까 하는 선수”라며 “안세영이 크게 성공하면서 돈도 많이 벌어야 제2의 안세영이 되고 싶은 선수들이 많이 등장해 바통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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