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언론사 위장 사이트 만든 中… 北과 결합 땐 ‘또 다른 위협’ [심층기획-사회 혼란 빠뜨리는 ‘가짜뉴스·딥페이크’]
중요한 정책 결정 시점 등에 맞춰
의도적으로 조작 정보 유포 가능성
같은 언어 쓰는 北 ‘인지전’ 더 쉬워
인간 인식 영역도 치열한 전쟁터 돼
이·하마스, SNS서 가짜뉴스 전쟁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28일 현대 전장에서 인공지능(AI)과 SNS가 결합한 인지전(Cognitive Warfare)의 중요성은 전쟁의 흐름을 바꿀 만큼 크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정보통신기술과 알고리즘을 통해 빠르게 살포되는 허위조작정보는 국가안보를 흔드는 위험 요인이다.
한국도 북한 등에 의해 이뤄지는 허위조작정보 공세를 포함한 인지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정권수립 직후부터 흑색선전과 유언비어를 포함한 허위조작정보를 퍼뜨려왔다. 한국 정부와 국민 여론을 흔들어 심리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였다. 국방부가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계기로 20일 ‘전시 허위정보 대응방안’ 회의를 관계기관 참여하에 처음 개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회의에선 국방부 사칭 메시지나 폭발 조작 영상 등 허위정보 유포 시 사실관계를 확인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절차를 토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등 최근 사례에서 허위정보 대응의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가장 큰 무기는 한국과 같은 언어를 쓴다는 점이다. SNS 등에 거짓 정보를 살포해 한국 내 갈등을 키우는 것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쉽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선거나 중요한 정책 결정 시점을 전후로 북한이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부가 핵심 정보를 숨기거나 대중을 속인다고 믿게끔 허위조작정보를 온라인에 퍼뜨려 대정부 불신을 부추길 수도 있다. 군 수뇌부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허위조작정보를 AI 등으로 제작해 딥페이크로 SNS에 퍼뜨려 군의 평판을 훼손할 수도 있다. 병사들이 자주 드나드는 SNS 페이지에 군복무에 대한 불만을 키우는 허위조작정보를 퍼뜨리거나 온라인 도박 등의 일탈을 부추겨 장병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마스가 중국, 러시아,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처럼 북한도 중국 등과 연계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안을 놓고 중국 기업이 국내에 만든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북한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중국 업체가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웹사이트 38개를 만들어 기사 형식의 콘텐츠를 국내에 무단 유포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홍보업체 하이마이(Haimai)와 하이준(Haixun)은 국내 언론사 사이트로 위장하기 위해 언론사명·도메인을 실제 지역 언론사와 유사하게 만들고 국내 언론사 기사를 무단 게재하며 한국디지털뉴스협회 회원사인 것처럼 사칭했다. 정체가 불분명한 또 다른 한 곳은 해당 사이트들과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를 활용, 친중·반미 콘텐츠를 유포했다. 중국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북한의 의도와 결합하면 새로운 형태의 위협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과거에는 사적인 공간이었던 인간의 인식 영역이 현대에선 치열한 전쟁터로 바뀌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인간의 심리가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에 이어 여섯 번째 작전 공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그 선봉엔 AI와 정보통신기술로 제작·유포되는 허위조작정보가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온라인상에서 실제 전장에서처럼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을 울면서 기어 다니는 유아의 사진 등을 생성형 AI로 제작해서 SNS에 올렸다. 과거 중동전쟁 이미지를 생성형 AI를 이용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 이미지로 바꾸기도 했다. 이스라엘 일간지인 예루살렘 포스트로 위장한 가짜계정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입원했다는 가짜뉴스를 X에 올렸다. 하마스는 텔레그램 등을 통해 허위조작정보와 폭력적인 이미지·영상을 계속 퍼뜨렸다.
아랍과 가까운 중국, 러시아와 하마스를 지지하는 이란도 허위정보를 유포했다. 팔로어나 뷰어를 확보하려는 사람들도 허위정보를 무차별적으로 퍼뜨렸다. 자극적인 전쟁 콘텐츠는 많은 팔로어를 단기간 내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고, 광고 수익 효과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도 텔아비브에 있는 정치컨설팅 회사인 스토익(STOIC)을 통해 미국인으로 가장한 X,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가짜계정을 통해 친이스라엘 성향 미국 정치인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을 호소했다. 스토익은 가짜 웹사이트들을 운영하면서 CNN과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복사해 이스라엘의 입지 강화에 활용했다. 이스라엘에 테러를 시도하며 기습적으로 전쟁을 일으켰지만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비판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놓고 하마스의 인지전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는 평가도 있다.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도 사실상 참전 상태다.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쟁 관련 정확한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압박은 더욱 커졌다. 거짓 정보가 무차별 살포되면서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있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메타와 구글 등은 러시아 관영 매체를 차단하고 수상한 채널들을 모두 삭제했다. 대신 우크라이나 정부의 활동은 적극 지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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