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땐 진찰료 올려줄게요…응급환자 붐비는 명절, 당직병원 늘린다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8. 2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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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파업 장기화로 응급실 등 의료현장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28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응급실 앞을 의료진이 지나고 있다. 2024.8.28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다음 달 11일부터 25일까지 2주간을 ‘추석 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정하고 응급의료에 대한 집중 지원을 추진한다. 평년 연휴보다 많은 당직 병·의원을 운영하는 한편,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추가로 인상해 현장 의료진을 위한 지원을 더욱 강화한다. 응급실 환자가 급증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공의 이탈로 반년 넘게 인력난을 겪고 있는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열고 ‘추석연휴 대비 응급의료체계 유지 특별대책’을 논의했다. 조 장관은 “동네 의료기관이 쉬는 추석 연휴에 응급실로 환자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추석 명절 전후 약 2주간을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지정하고 집중 지원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의료 수요 분산’에 초점을 맞췄다. 환자별로 중증도에 맞춰 병의원을 방문하도록 해 응급실 쏠림 현상을 막고 중증환자를 적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경증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 추석연휴 기간 평소 명절 연휴보다 약 400개소 많은 4000개소 이상의 당직 병·의원을 운영하기로 했다. 정통령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비상진료대책상황실장은 “당직 의료기관이 4000여곳으로 확대되지만 실제 문을 여는 기간에는 기관별로 차이가 있다”며 “사전 조사를 통해 특정일에 문을 여는 기관수가 현저히 부족한 경우 당직 의료기관을 추가로 더 지정하겠다”고 전했다. 기존에 408개 응급의료기관에만 적용됐던 ‘응급 진찰료 한시 가산’은 112개 응급의료시설로 확대해 경증환자의 분산을 유도할 방침이다. 조 1차장은 “연휴 기간 문 여는 병·의원, 160여개 코로나19 협력병원 및 발열 클리닉, 약국 등 정보를 적극 홍보하고, 복지부 및 지자체 콜센터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경증 환자의 경우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응급실 역량 향상을 위한 인력 지원도 강화한다.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에는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추가로 높여 지원을 더욱 강화한다. 연휴 기간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는 기존 인상분인 150%에 250%까지 대폭 인상된다. 앞서 대형 응급실인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추가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인건비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또 중증응급 환자의 수용능력을 높이기 위해 응급실로 들어온 환자가 진료 후 입원하게 되는 경우 수술·처치 등에 대한 수가를 기존 150%에서 200%로 인상하기로 했다. 다음달 부터는 전원 환자 수용률 등을 평가해 의료기관에 추가 지원을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응급실 진료 후 신속한 입원과 전원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이외에도 중증환자 관리를 위해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 일부를 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KTAS) 1~2등급인 중증응급 환자만 진료하는 ‘중증 전담 응급실’로 지정할 방침이다. 이를 전국에 29개 권역별로 최소 1곳 이상 한시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 병원은 KTAS 3등급 이하의 환자를 진료하지 않더라도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앞서 발표한 비응급환자의 응급실 방문시 본인부담금을 인상하는 방안도 내달 중에 빠르게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가 중증·응급환자의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경증 환자를 지역 병의원으로 분산하는 대책을 발표한 22일 오후 의료진이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대기실 앞을 지나치고 있다. 2024.8.22 [사진 = 연합뉴스]
다만 인건비 등 의료진 지원을 골자로 한 정부 대책 등에 대해 의료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대책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지자체에서도 정부 대책에 발맞춰 지역의 특성과 실태에 맞는 관내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료인력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해준다 해도 응급실에 취직하려는 의사 자체가 아예 없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원래도 응급실 근무는 법적으로 소송 당할 가능성이 존재해 의사들이 두려워하는 분야인데 이런 시국에 누가 오려고 하겠냐”고 말했다.

한편 의료공백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를 모았던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은 일단 추진 동력이 약화하는 모양새다. 앞서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이 중심이 된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29일부터 전국 18개 병원의 62개 사업장에서 동시 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다만 노조의 요구사항 중 하나인 진료지원(PA) 간호사에 대한 법적 보호조항이 담긴 간호법 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총파업을 하루 앞둔 이날 오전 9시 기준 고려대의료원, 중앙대의료원, 이화여대의료원 등 7개 병원 11개 사업장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타결된 상태다. 한양대학교의료원 등 11개 병원은 현재 조정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파업 수위가 낮아지더라도 의료공백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원에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파업이 현실화하더라도 필수의료 등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조 1차장은 “지금은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두 힘을 합해야 할 시기”라며 “파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 필수업무를 유지하는데 이상징후가 발생할 경우 즉각 보완 조치하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공공의료기관의 평일 진료시간 확대 등 진료 불편 최소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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