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 많은 밸류업·힘 못쓰는 코스피… 개미·외인 `외면`
정부·野·기업·투자자 '불협화음'
美·日·유럽 비해 코스피 부진
해외 상승세에 개미들 해외로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해외 시장에 비해 회복세가 더디게 나타나자 투자 열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투자자 예탁금과 신용공여잔고는 급격히 줄어든 반면 해외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은 늘고 있다. 정부와 야당, 기업, 국내 투자자 등 증시 관련 이해관계자 간 불협화음으로 밸류업 프로램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연초 이후 상승률 '꼴찌'…개미 떠나는 코스피=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0.58포인트(0.02%) 오른 2689.83에 마감했다. 지난 23일 이후 27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연초 이후 지수 상승률도 코스피가 가장 부진했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가 3만3288.29에서 3만8371.76으로 15% 이상 높아졌지만 코스피는 고작 0.75%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인도 니프티50와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각각 15.47%, 9.37% 올랐다. 유로 스톡스50도 9% 가까이 상승했다.
이렇다 할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코스피가 이처럼 횡보세를 이어가면서 국내증시 투자 매력도도 낮아지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7일 기준 양대시장 투자자 예탁금은 하반기 들어서만 5조원 가량 감소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증시 유입을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주식투자 열기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지표다.
'빚투'(빚내서 투자)의 지표가 되는 신용공여잔고도 연중 최저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이달 초까지만해도 20조780억원이었던 신용공여잔고는 27일 기준 17조7910억원으로 10% 넘게 감소했다. 두 지표 모두 차갑게 식은 투자 열기를 방증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떠나는 분위기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반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국내 투자자들은 급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26일 기준 미국시장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800억달러(약 118조원)로, 전년 말 대비 30% 가까이 급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증시보다 해외 증시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해외로 넘어간 상황"이라며 "금융주 중심으로 밸류업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체 지수 상승까진 이어지지 않으면서 그동안 국내 증시 쏠림 현상이 심했던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힘 빠진 '밸류업 프로그램'…기업 참여도 부진= 국내증시 약세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올해 2월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가치 향상을 목표로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다. 기업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지배구조 개선, 참여 기업 세제 인센티브 제공, 주주환원 향상 등이 골자다.
발표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코스피·코스닥 상장 2594개 기업 가운데 현재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하거나 예고공시한 기업은 17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금융지주와 증권사 등 금융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 기관들이 인센티브 방안과 설명회 등으로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6개월간 참여율은 0.65%에 그쳤다.
우선 정부가 거대 야당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법 개정이 필0요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업의 참여 요인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 상속세 저감, 밸류업 참여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배당소득 분리과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모두 국회를 거쳐야 시행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면서 국회 통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특히 금투세와 상속세 등 야당과의 논쟁이 예상되는 부분까지 모두 법안에 담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코리아 부스트업'이라는 별도 프로그램까지 추진 중이다.
정부안이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면 야당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고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이마저도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제시한 상법 개정안이 기업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이밖에 금투세를 둘러싼 정당 및 민주당 내부, 개인 투자자간 갈등까지 남아있어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여전히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자체가 단기간에 승부를 보는 프로그램이 아닌 만큼 당장의 증시 변화로 판단하긴 어렵지만, 아직까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동참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합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밸류업에 참여한 기업들의 공시 이행 여부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석·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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