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2.46' 처참했던 고우석, '드디어 155㎞ 되찾았다'... 'KBO 복귀' 대신 재도전 가능성 ↑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더블A 펜사콜라 블루 와후스 소속 고우석은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펜사콜라 블루와후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시시피 브레이브스(애틀랜타 산하)와 2024 마이너리그 더블A 경기에서 팀이 1-0으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펜사콜라에서 시즌 2번째 홀드를 수확했지만 고우석의 평균자책점(ERA)은 여전히 12.46으로 높다. 더블A 기록을 합치면 8.53, 트리플A 시절까지 합산하면 6.60으로 여전히 빅리그의 눈길을 끌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날 투구는 분명히 이전과는 달랐다. 첫 타자인 애덤 제브로스키에게 초구부터 95마일(약 153㎞)의 빠른 공을 던진 고우석은 투수 땅볼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냈고 코디 밀리건에게도 강속구를 뿌려 3루수 땅볼을 유도해냈다.
세 번째 타자 헤라르도 퀸테로와 승부가 인상적이었다. 최고 시속 96마일(약 155㎞)의 직구를 뿌려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갔고 결정구로 변화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고우석은 펜사콜라에서 던진 13경기에서 피안타율 0.365, 이닝당 출루허용(WHIP)가 2.38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이닝수보다 많은 탈삼진 16개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울 정도였다.
고우석은 KBO리그 시절 7시즌 동안 139세이브를 기록했고 2022시즌엔 42세이브로 구원왕에 올랐고 ERA 1.48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3승 8패 15세이브 ERA 3.68로 주춤했다.
그럼에도 예상을 깨고 미국 진출을 선언했고 관심은 생각보다 뜨겁지 않았지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1년 최대 940만 달러(약 125억원)에 계약할 수 있었다.
문제는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것으로 보였다는 점이다. 구속이 전성기 시절만큼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범경기에서 ERA 12.60으로 부진했고 지난 3월 20일 서울 시리즈 개막을 위해 샌디에이고와 함께 한국을 찾았음에도 개막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굴욕을 맛봤다.
이 때까지만 해도 샌디에이고에서도 고우석이 머지않아 콜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고우석은 그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내게도 어려운 결정이었다. 불펜 투구를 지켜보며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꼈다"며 "열심히 하라고 했다.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개선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계속해서 훈련하고 몸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린다면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 섞인 메시지를 남겼다.
이 과정에서 뉴욕포스트는 "고우석은 두 명의 스카우트로부터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그보다 더한 말도 나왔다"고 트레이드 매물에 포함된 이유를 설명했다.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은 "마이애미는 이번에 받은 새로운 유망주들의 평가를 부풀리면서 아직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지 못한 한국인 FA 고우석을 어떻게든 살려서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마이애미도 빠르게 포기했다.
트레이드 후 트리플A로 승격한 고우석은 16경기에서 2승 1홀드 ERA 4.29에 그쳤고 그 과정에서 5월 31일 DFA(양도지명) 처리돼 40인 로스터에서도 제외됐다. 규정상 즉각적인 국내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팀에 남아 콜업을 기다렸지만 오히려 더블A 펜사콜라로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이 모든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구속 저하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고우석이 KBO리그 시절 리그 최고 클로저로 거듭날 수 있었던 무기는 시속 150㎞ 중반대에 달하는 빠른 공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고속 슬라이더, 큰 구속 차를 보이는 커브와 체인지업 등의 위력을 살려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미국 진출 후엔 시속 150㎞의 공을 뿌리기에도 버거웠다. 구속을 잃어버린 고우석의 공은 마이너리그 타자들에게 조차 공략하기 쉬운 배팅볼과 같았다.
그러나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인지 고우석은 이날 95~96마일의 공을 어렵지 않게 뿌렸고 타자들을 압도했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당장 빅리그 콜업을 기대할 수는 없어도 이날과 같은 위력적인 공을 꾸준히 뿌릴 수 있다면 내년이라도 충분히 빅리그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키운다.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고우석이기에 지금과 같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면 내년에도 다시 한 번 미국에 남아 빅리그 콜업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급할 게 없는 게 고우석이다. 올해 연봉 175만 달러(약 23억원)를 받은 고우석은 내년엔 50만 달러가 늘어난 225만 달러(약 30억원)를 받는다. 국내에 복귀하더라도 결코 보장받기 힘든 금액이다. 빅리그 콜업 가능성까지 늘어난다면 고우석으로선 국내 복귀를 택할 이유가 없다.
고우석의 입을 통해 변화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고우석은 최근 구단과 인터뷰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투구하려고 노력했다. 주변에서 잘 도와줘서 결과가 좋았다"고 상승세의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큰 뜻을 품고 넘어간 미국인만큼 제대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크다. 고우석은 "계속 노력해서 적극적으로 던질 것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기에 계속 노력해서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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