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우물에 갇힌 부산시와 개구리
부산시의 행정고시와 일반 공채 출신의 격차, 나아가 고시 출신이 부이사관(3급) 이상 요직을 독식하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관료 출신인 안상영 허남식의 민선 2~5기를 지나 정치인인 서병수의 민선 6기를 거쳐 박형준의 민선 8기에 이르렀지만 고시 출신 위주의 관료 기용 기조엔 변화가 없다. 우리는 관료사회를 비판할 때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표현을 쓴다. 매우 식상하고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기자 생활 20년의 7할을 사회부에서 근무한 경험에 비춰 작금의 부산시를 비유하는 데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
부산시 현 2, 3급 26명 중 중앙부처나 광역단체 인사 교류를 한 경험을 가진 이는 김병기 상수도사업본부장이 유일무이하다. 김 본부장이 관광진흥과장 재직 때 기획재정부로 지방예산과에 2년간 파견 근무한 것도 벌써 10년 전 일이다. 당시 서병수 시장은 ‘힘 있는 부산, 능력 있고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 공직사회의 새로운 변화’라는 슬로건 아래 중앙부처와의 업무추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미래부산을 선도할 창의적 맨파워 향상을 위해 ‘시-중앙부처간 인사교류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시 간부를 과감하게 중앙부처로 보내 중앙부처와 소통과 협업을 통해 시정현안 수행 역량을 강화하고, 미래부산을 선도할 창의적인 우수인재를 적극 양성하겠다는 서 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국비 확보와 주요 현안의 입법 과정에서 중앙부처 등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시 고위 인사들은 정책·정무적 네트워크는커녕 일의 순서조차 몰라 호된 비판을 자초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소위 명문대를 나온 고시 출신 인사는 직원들을 “애들”이라 칭하며 부산의 오늘날을 본인이 설계했다는 허풍과 오만방자함을 보였다. 우물 밖에서는 명함조차 꺼내기 힘들었을 인사들도 우물 안에서는 맹주였다.
엊그제 박형준 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산에서 특별 정치대담을 가지면서 두 도시 간 상호 협력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렇다면 내친 김에 부산시는 중앙부처와의 인사교류에 앞서 서울시와 인사교류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떤가. 앞날이 ‘창창한’ 고시 출신 인사들을 선발해 순환 인사교류를 시작한 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회장인 박 시장의 주창과 오 시장의 지지 아래 전국 광역단체 간 인사교류로 확장한 뒤 중앙-지방협력회의를 통해 중앙부처와의 정기 인사교류 물꼬를 트는 것이다. 여러 여건 상 인사교류는 전입 전출 매칭이 어렵다고 하지만 행정고시 출신들은 기수로 대등하게 매칭할 수 있다.
박 시장도 인사교류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물론 3선 연임 도전, 그 이상의 정치적 미래를 꿈꾸는 입장에서 일을 잘하는 친위대를 곁에 두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물이 깊으면 깊을수록, 우물 안에서의 시야는 더욱 좁아지고 우물 밖은 멀어진다. 우물을 넘나드는 능력을 가진 개구리도 앞날이 보장된 우물의 안락함에 젖어버리면 힘겨운 우물 밖은 외면하고 우물에서 안주, 도태되기 마련이다.
박 시장이 부산의 건실한 미래를 진심으로 설계하고 싶다면 앞으로 10년 이상 부산에서 근무해야 할 고위 인사들을 우물 밖으로 꺼내야 한다. 당대의 전략가로 국정 전반의 밑그림을 그려본 박 시장이 ‘우물에 갇힌 부산시’를 타파할 적임자다. 우물 안에서 글로벌허브도시를 외쳐본 들, 우물 밖 세상엔 들리지도 않는다.
송진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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