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장 공략한 메로나, 우유는 쏙 뺐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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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쪽은 "시장 테스트 단계이긴 하지만 지난해 한 해 동안 팔린 메로나 매출액보다 올 상반기 메로나 유럽 매출액이 3배 더 많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메로나가 미국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고 유럽인의 입맛도 사로 잡을 수 있다고 봤다고 한다.
빙그레 관계자는 "메로나가 성공을 거두면 유럽 시장 판매 품목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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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의 유럽 진출 선봉에 아이스크림 ‘메로나’가 섰다. 그런데 국내는 물론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메로나와는 다르다. 유성분은 쏙 뺀 식물성 아이스크림이다. 동물성 원료로 만든 식가공품에 깐깐한 유럽의 검역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꺼내든 빙그레의 전략이다.
빙그레가 국외 시장에 문을 두드린 건 꽤 오래전부터다. 중국에 첫 해외 법인을 설립한 것도 9년 전인 2014년이다. 현재는 미국(2016년)과 베트남(2019년)에도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수출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올 상반기 아이스크림의 수출액은 474억9천만원으로 3년 전보다 1.5배 늘었다.
수출 신장세에 힙입어 도전장을 지난해 새로 내민 곳은 유럽 시장이다. 그 선봉장이 바로 메로나다. 빙그레는 아직까지는 ‘테스트’라고 하면서도 메로나에 대한 유럽의 호평을 숨기지는 않는다. 빙그레 쪽은 “시장 테스트 단계이긴 하지만 지난해 한 해 동안 팔린 메로나 매출액보다 올 상반기 메로나 유럽 매출액이 3배 더 많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메로나가 미국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고 유럽인의 입맛도 사로 잡을 수 있다고 봤다고 한다. 현재 네덜란드,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 팔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메로나가 성공을 거두면 유럽 시장 판매 품목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럽 메로나’는 유성분을 모두 제외하고 식물성 원료로 기존 맛을 살린 ‘식물성 메로나’다. 유럽 특유의 깐깐한 검역을 고려해 제품을 리뉴얼한 것이다. 그간 국내 아이스크림 업계에서 유럽은 ‘없는 시장’으로 분류한 것도 유럽의 검역 기준 때문이었다. 빙그레 쪽은 “내부에서도 ‘유제품은 어차피 유럽에 팔지 못 하지 않느냐’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케이(K) 푸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유럽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도전했다”고 말했다. 문한필 전남대 교수(농업경제학)는 “유럽 지역은 동물성 식품 관련해 위생 장벽이 높다. 자국 내에서 요구하는 질병, 위생 조건들을 충족하는 데 있어서 식물성 원료를 활용하는 게 유럽지역 수출에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메로나의 유럽 진출에 주목한다. 국내 아이스크림 제품 중에 처음으로 미국 시장을 뚫은 메로나가 유럽 시장 개척도 성공할지도 관심사지만 무엇보다 내수 시장이 쪼그러들고 있는 탓에 새로운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를 보면,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2015년(약 2조원)에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작아지고 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감소율은 6.1%다.
과자업계도 내수 시장을 벗어나 수출 시장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다만 주로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이 중심이다. 한 예로 마시멜로에 사용되는 동물성 젤라틴을 식물성 원료로 대체해 채식주의용 초코파이를 개발한 롯데웰푸드는 인도에서 2022년 929억원, 2023년 10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전년 대비 20% 이상 매출 신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리온도 2021년 2월 인도 라자스탄에 공장을 설립하고 초코파이와 꼬북칩을 중심으로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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