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예방에 언론도 큰 역할…바람직한 보도는? [아동학대 예방 기획]

[EBS 뉴스]

서현아 앵커

EBS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우리 사회가 노력해야 할 과제를 점검하는 연속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언론의 역할을 짚어봅니다. 

중대한 아동학대 사건을 세상에 알리고 후속 대책을 모색하는 일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2차 가해나 부작용이 이어진다는 지적도 종종 제기가 되는데요. 

아동권리보장원 그리고 한국기자협회 등과 함께 아동학대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송경재 상지대 교수와 언론 보도의 과제를 짚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일단 아동학대를 미리 막고 예방하는 측면에서 언론 보도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송경재 교수 /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네 아동학대는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동학대가 폭력적이고 반복적인 특성과 함께 가정 내에서 이루어질 경우 신고율이 높지 않아서 사실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예방에서 이제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요.

아직 한국에서는 봉건적인 훈육에 대해서 관대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훈육과 체벌, 학대는 정말 그 차이가 모호하고요.

받아들이는 아동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언론이 이런 아동학대의 문제점을 잘 제시하고 이를 사회화해서 교육하는 것이 아동학대 예방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아울러 언론보도를 통해서 학습 효과, 계몽 효과도 있거든요.

언론이 아동학대 사건을 그 문제점과 대책 그리고 사회적 노력 등을 잘 반영한 기사를 작성한다면 아동학대 예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동안 언론이 많은 아동학대와 관련한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까?

이 보도들 중에서 대표적으로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들을 들 수 있을까요?

송경재 교수 /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사실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크게 세 가지 정도를 지적한다면 첫 번째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한다면 '자녀 살해 후 자살'이거든요.

아동이 스스로 자살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로 판단해서 살해한 것인데 이것을 언론에서 '동반자살'로 표현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두 번째는요. 

세간에서 많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피해자인 아동의 이름을 딴 명칭을 붙이는 겁니다.

일부 언론에서 피해자와 가족이 원하지 않는데 'OO 사건'이라든가 뭐 'OO이 법'. 뭐 이런 식으로 해서 비록 가명을 썼더라도 이런 것들을 자제해야 되거든요.

만약 가명이라도 그 이름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피해자가 또 있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언론에서는 상당히 고려해야 할 것 같고요.

세 번째는 최근에 많이 논란이 되고 있죠. 

취재 과정에서 2차 가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 2차 가해, 2차 피해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이 되고 있는데요.

취재 과정 그리고 언론보도 되는 과정에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 문제를 기자들 그리고 언론사에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겁니다.

이외에 방송의 경우에는요. 

동영상을 그대로 내보내서 문제가 되기도 하고 또 그 일부이지만 최근에는 아동의 불안정한 심리를 이용해서 뭐 다른 소송, 예를 든다면 이혼이라든가 재산권 분할 소송에 또 악용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언론이 과거와 다르게 아동 관련 범죄에 대해서 조금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서현아 앵커

취재 과정에서의 2차 피해 문제도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기자들이 쉽게 간과하거나 실수하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송경재 교수 /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아동학대는 아동이 피해자인 경우라서 사실 자칫 과도한 취재 욕심이 있을 경우에는 2차 가해 우려도 있거든요.

그래서 다 반드시 보호자의 허락을 받거나 그리고 사전에 분명히 관련 내용을 명시를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보호자나 보호기관에 이것을 이야기를 해야 되고요.

한 사람의 편파적인 내용만을 보도했을 경우도 문제가 됩니다.

사실 이 부분은 기자분들께서 사실 확인 보도의 원칙만 잘 지킨다면 큰 문제가 없는데 가끔 이 원칙을 위배해서 잘못된 오보가 나오기도 한다든가 2차 가해의 문제 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서현아 앵커

주의를 꼭 해야 될 부분입니다. 

이런 지적 사항을 담아서 지난 2022년이죠.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이라는 것을 만드셨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요?

송경재 교수 /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전문은 유엔의 아동권리협약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의 아동권익을 강조했고요.

본문에서는 이제 아동권익을 언론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측면 그리고 인권이 중요한 언론 보도의 필요성을 다루고 있고요.

역시 이제 세 번째는 2차 피해 문제, 2차 가해 문제를 다뤘습니다.

그래서 사실 기반 보도의 원칙을 분명히 명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건 아동학대 예방 증진 권고문을 제시해서 이 권고문을 언론보도의 마지막에 이 내용을 게시하도록 이야기를 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언론보도상의 문제점을 하나씩 제시해서 이에 대해서 언론보도할 때 주의하자 이런 방식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아동학대 보도 권고 기준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겁니까?

송경재 교수 /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권고 기준은 약 2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쳤습니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아동권리보장원이 처음에 언론보도에서 나타난 아동학대의 문제점을 지적을 하고요.

2021년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언론사, 특히 아동 담당 출입기자단과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이후에 이제 전문가 자문을 거쳐서 구체적인 언론보도 권고 기준의 마련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요.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이를 연계해서 주로 언론보도의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해서 2022년 상반기에 한국기자협회 그리고 법조계, 시민단체 특히 이제 언론단체를 중심으로 해서 재정위원을 구성했습니다.

이후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 11월 19일인데요.

이에 맞춰서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시작은 공적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에서 했지만 언론기관인 한국기자협회라든가 민간 전문가 그리고 법조계,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장시간의 협의를 거쳐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의미 있는 시작이었는데 그렇다면 현장 기자들이 이 기준을 잘 습득하고 적용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송경재 교수 /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사실 언론 현장에서는 다양한 보도 권고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자살 예방이라든가 재난 보도 등 다양한데요.

그 핵심은 역시 사실 보도와 치밀한 취재입니다. 

사건을 단순하게 적기보다는 원인과 과정을 복기하고요.

증거와 사실에 근거해서 기사를 작성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아동의 인권 침해나 가해 의심자나 피해자의 2차 피해 문제도 고려한다면 좋을 겁니다.

이를 위해서 아동권리보장원과 한국기자협회에서는 2023년 5월 29일 아동복지법 개정과 발맞춰서 사회적 확산 그리고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고요.

지역 단위 그리고 시민단체별로 확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마 올해부터는 그 기자협회 차원에서 좋은 보도 시상식도 진행해서 좋은 언론보도가 많이 나오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서현아 앵커

아이들에게 정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이 바로 아동학대인데 언론이 신중하지 못한 취재로 또 다른 2차 피해를 만드는 일만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