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출금 중단’ 하루인베스트 대표 법정서 흉기 피습

1조4000억 사기 혐의 재판 도중
병원 긴급 후송… 생명 지장 없어
살인미수 혐의 50대 현행범 체포
투자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알려져

1조원대 가상자산(코인) 출금 중단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가상자산 예치업체의 대표가 법정에서 칼에 찔렸다. 흉기를 휘두른 가해자는 코인 투자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8일 살인미수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씨는 이날 오후 2시26분경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제15형사부 심리로 열린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모씨의 재판 도중 이씨를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방청석에 앉아 있다가 옷 속에 숨겨온 총길이 20㎝, 날 길이 9㎝가량의 과도를 꺼내 피고인석에 달려들어 이씨의 목 부위를 찔렀다.

이씨는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고,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A씨는 범행 6분여 만에 현장에서 붙잡혔다.

A씨는 하루인베스트 사건의 배상신청인으로 확인됐다. 배상신청인은 범죄로 인해 직접적인 물적 피해 및 치료비 손해, 정신적 고통을 입은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이 해당된다. 이들은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현재 입을 열지 않고 있어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다.

이번 사건으로 법원의 보안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법원보안관리대는 청사 출입자를 대상으로 흉기나 위험물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색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법원 청사 내에서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위해를 가하려는 행위를 제지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날 법원은 A씨의 범행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 21일에는 대전지법에서 재판에 출석한 피고인이 날카롭게 갈아놓은 칫솔을 국선 변호인에게 휘둘러 상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법 관계자는 “A씨가 소지한 흉기가 금속이 아닌 소재일 가능성을 포함해 구체적인 반입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흉기를 압수해 수사 중인 양천경찰서는 “흉기의 정확한 소재와 구입 경위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루인베스트는 투자자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테더 등 코인을 예치하면 이자를 지급하는 중앙화금융서비스(CeFi) 업체다. 2020년 3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지난해 6월 갑자기 고객이 예치한 코인에 대한 출금을 중단해 논란이 됐다.

검찰은 이씨 등 하루인베스트 경영진이 고객들을 속여 가상자산을 받아 편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약 1조3944억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등 하루인베스트 경영진은 올해 2월5일 구속됐으나, 최대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보석으로 풀려나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지난 3월 열린 첫 재판에서는 하루인베스트에 가상자산을 예치했다가 투자금을 잃은 피해자들로 방청석이 가득 차기도 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