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을 쉬었으니까” 꽃범호의 이유 있는 마운드 방문…KIA 대투수의 이것만 생각, 완투승 못할 수도 있었다[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50분을 쉬었으니까.”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36)은 하마터면 27일 광주 SSG 랜더스전서 빗속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못할 뻔했다. 또 어쩌면 등판 기록은 남아도 승리요건조차 채우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날 경기가 비로 두 차례나 중단된 끝에 KIA의 10-4, 5회 강우콜드게임 승리로 끝나면서 양현종에게 극적으로 완투승이 주어졌다. 양현종은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3사사구 4실점으로 시즌 10승(3패)을 따냈다.
그런데 KIA가 4-0으로 앞선 4회말 무사 만루서 1차 중단이 됐다. 19시45분부터 20시37분까지 52분간 중단됐다. SSG는 경기 재개 직후 선발투수 로에니스를 장지훈으로 바꿨다. 그러나 KIA는 양현종을 밀어붙였다. 이닝 욕심, 팀 KIA 마인드가 강한 양현종은 역시 던지려는 욕심이 강했다.
50분 정도 경기가 진행되지 못하면, 투수의 어깨가 식는다. SSG의 엘리아스 교체가 어쩌면 일반적이다. 그러나 양현종은 경기 중단 직후 어깨에 보호대를 차고 계속 움직이면서 몸에 열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비를 맞으며 그라운드를 오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역시 어려움은 있었다. 양현종은 5회초에 갑자기 볼이 늘어나며 무사 만루 위기를 맞더니 박성한에게 추격의 우월 만루포를 맞았다. 10-0으로 앞선 스코어가 10-4로 좁혀졌지만 여전히 흐름은 KIA가 주도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이때 직접 마운드를 방문해 양현종, 포수 김태군과 대화했다. 결국 마운드에서 혼자 내려왔고, 양현종은 박지환에게 내야안타를 맞은 뒤 최정을 3루수 병살타로 잡고 5회까지 마쳤다. 만약 양현종이 박성한에게 만루포를 맞은 뒤 투구수가 지나치게 불어났다면 5회를 마치기 전에 교체할 수 있었다는 게 이범호 감독의 회상이다.
이범호 감독은 28일 광주 SSG전을 앞두고 “50분을 쉬고 들어갔으니까. 본인은 몸도 풀고 던지고자 하는 의지가 워낙 강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시간을 쉬고 던지는 게 조금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히 잘 넘어갔고, 비가 와서 경기를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실제 6회초가 시작되자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을 김승현으로 교체했다. 김승현이 연습투구를 하는데 갑자기 비가 다시 또 많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중단됐고, 결국 5회 강우콜드경기로 정리됐다. 양현종은 교체됐지만, 구심의 6회초 플레이볼 사인이 나오지 않으면서 양현종의 완투승이 인정됐다.
만약 4회 1차 중단 때 비가 순간적으로 잦아들지 않았다면, 5회 박성한에게 만루포를 맞고 투구수가 더 늘어났다면 양현종은 고생만 하고 기록이 남지 않거나, 완투승은 고사하고 승리요건도 못 갖출 뻔했다. 결과적으로 비가 양현종을 도왔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는 그럴 때 던지고 싶어하는 유형도 있고, 몸을 아끼면서 내려가는 유형도 있다. 현종이가 생각할 땐 더 던지는 게 팀에 좋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나는 현종이가 부상하면 안 되기 때문에 마운드에서 그 얘기를 했다. 개수가 더 많아지면 안 된다고 봤고, 60개가 넘어가면 바꾸려고 생각하고 올라갔다. 개수가 늘어나면 5회 전에 바꾸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양현종은 92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양현종의 다음 등판일은 내달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이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이날 양현종을 투입할지 말지 결정하지 않았다. 제임스 네일의 대체 외국인투수 에릭 스타우트의 비자가 발급되면, 스타우트를 1일에 전격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 양현종은 전통적으로 대구에서 상성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KIA는 다음주에 홈 6연전이 있다. 양현종을 다음주에 두 차례 던지게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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