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에 격노한 용산…시험대 선 ‘한동훈 리더십’

박성의 기자 2024. 8. 28. 19: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주장, 대통령실 ‘묵살’
명품백‧채상병 특검‧김 여사 문자 이어 4차 ‘윤-한 충돌’
추경호는 “정부 방침 동의”…與지도부 ‘계파 분열’ 분위기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의사-정부) 갈등이 당정(여당-정부)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의대 증원 유예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하면서다. 의대 증원을 두고 당정이 상반된 진단과 처방을 내놓은 가운데, 당 지도부 내 친한(親한동훈)계와 친윤(親윤석열)계 간의 '계파 갈등' 조짐도 일기 시작했다. 당정과 당 내부에서 동시에 한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한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7월4일 윤석열 대통령과 당시 국민의힘 당권 주자였던 한동훈 후보가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타이밍 미묘? 한동훈과의 만찬 연기한 용산

취재에 따르면, 의대 증원 관련 윤 대통령의 입장은 여전히 '타협은 없다'이다. 피해와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의사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소신으로 알려진다. 당초 대통령의 이 같은 생각에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환영' 의사가 나왔다. 그러나 의료인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정부가 이 같은 움직임에 별다른 제동을 걸지 못하자 '증원 규모 및 시점 조정' 목소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집권여당을 이끌고 있는 한동훈 대표도 정부에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 회의가 끝난 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 "저는 2025년엔 입시요강으로 발표된 증원을 시행하되, 2026년엔 2025년 증원분까지 합한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을 감안해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며 자신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올해 모집하는 내년도 의대 정원을 최대 1509명 확대하기로 한 정부 결정은 유지하되, 2026학년도 증원은 재검토하자는 일종의 절충안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의대 증원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한 대표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 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입장은 일관된다. 변함이 없다"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당 쪽에서의 의견과 전혀 무관하게 항상 일관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을 두고 당정이 이견을 표출한 가운데, 오는 30일 예정됐던 윤 대통령과 한동훈 지도부의 만찬은 추석 이후로 연기됐다. 대통령실은 당 지도부와 협의한 후 일정을 미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복지위 소속 당 의원들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이야기 들은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에선 한 대표가 의대 증원에 제동을 걸자, 대통령실이 '만찬 연기'로 불쾌감을 표출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의대 증원 계획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과 친윤의 견제…"한동훈 정치력 시험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정치 현안을 두고 충돌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두 사람은 4·10총선 국면이던 1월 김건희 여사의 명품 명품백 수수 의혹, 3월 '이종섭-황상무' 문제 해법을 둘러싼 1, 2차 충돌에 이어 김 여사 문자-전대 개입 논란으로 3차 충돌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의대 증원을 두고 '윤-한 4차 충돌설'이 확산하고 있다.

전당대회 후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러브샷'을 하며 외친 '원팀' 기조에도 금이 가는 모습이다. 당장 여당 지도부 내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의대 증원 유예안을 지도부와 논의‧합의 없이 발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추경호 원내대표는 28일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전에 심도 있게 상의를 한 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의료개혁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하고 정부의 방침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당도 함께 할 생각"이라며 대통령실의 편에 섰다.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직접 유예안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게 없다"며 "공식적인 루트로 논의가 이뤄진 게 없으니 대통령이 한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표현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당대회 당시부터 예고됐던 당정 갈등이 현실화되면서 '한동훈 리더십'에도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당정 관계 재정립'과 '당의 단일대오'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 대표가 딜레마에 처했단 시각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신뢰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렇다면 한 대표가 당 지도부, 중진 의원들부터 설득하고 중지를 모아 대통령실에 (의대 증원 유예안을) 전달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한 대표는 원대대표도 모르게 개인의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했다. 당내 입지가 없는 상황에서 미숙한 정치력을 발휘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한 대표가 당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의료개혁이 실패하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대 증원을 두고 당정이 불협화음을 내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제시한 유예안에 어떤 입장을 밝힐 지에도 정치권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오는 29일 국정 브리핑 겸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개혁 과제를 직접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후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만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국민의힘 워크숍을 포함해 취임 이후 3년 연속 여당 연찬회나 워크숍에 참석해 왔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