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1393> 경북 안동 왕모산성길

이창우 산행대장 2024. 8. 2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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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따라 걷는 옛길…천길 절벽·고택 풍광 발길 붙잡네

- 고산정~왕모산주차장 약 12㎞
- 퇴계 선생 다니던 길과 가까워
- 벽력암·학소대 등 치솟은 벼랑
- 조선 시대 농암종택 풍경 운치
- 칼선대선 청량산 등 조망 황홀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낙동강을 따라 걷는 안동 선비순례길 5 코스 ‘왕모산성 길’을 소개한다.

안동 하면 영남학파의 거두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퇴계 선생은 1534년 벼슬길에 올랐다가 59세가 되던 1560년 낙향해 도산서당을 짓고 학문 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썼다. 또한 유년 때 숙부인 이우에게 학문을 배우려고 오르고 내리던 낙동강을 따라 청량산(869.7m)을 즐겨 찾았다. 이 길을 선생이 걷던 길이라 해서 퇴계 오솔길이라 하며 ‘퇴계 녀(예)던길’로도 불린다.

왕모산성길 출발지인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낙동강 변의 고산정 모습이다. 강 왼쪽 암봉은 고산이며 오른쪽 정자 뒤 벼랑은 가송협인데 원래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용이 꼬리를 쳐 갈라 굽어 돌던 물길을 바로 폈다는 이야기가 있다.(드론촬영)


▮퇴계 이황 선생 걷던 옛길 보며

안동시는 퇴계가 청량산을 향해 걷던 길인, 단천교에서 낙동강을 따라 미천장담~벽력암(한속담)~가송리에 이르는 약 3㎞ 강변 길을 ‘퇴계 녀던길’로 조성했으나 사유지 분쟁이 발생하면서 일부 폐쇄하고 대안으로 건지산(557m)을 경유해 가사마을에서 축융봉(850m)을 오른 뒤 끝나는 선비순례길 4코스 퇴계 예던길을 새로 만들었다.

둘레길은 퇴계 선생이 걷던 길에서 많이 벗어난 샘이다. 그래서 마을 어르신들의 기억을 더듬어 강 건너편 백운지에서 맹개마을 벽력암 월명소의 바위 벼랑을 연결하는 길을 새로 찾아냈다. ‘가송리 예던길’로 불리며 왕모산성 길의 한 구간에 속한다. 이 코스가 퇴계 녀던길과 더욱 가깝다 하겠다.

왕모산성 길은 퇴계 선생이 강가에 늘어선 소나무가 참으로 아름다워 ‘가송(佳松)’이라 했다는 가송리 고산정에서 출발한다. 고산정은 소두들마을을 거쳐 잠수교를 건너가야 하는데, 낙동강 건너 천길 절벽이 눈길을 끈다. 가송협 또는 고산협으로 불리는 바위 벼랑인데 외병대·내병대·학소대 등이 있다.

소두들마을 앞 작은 암봉을 고산이라 한다. 원래 가송협 절벽과 이어져 있었고, 강물은 고산을 오른쪽으로 돌아 흘렀다 한다. 용이 꼬리를 쳐 바위를 갈라 굽어 돌던 물길을 바로 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산과 가송협 절벽 사이 큰 못이 생긴 데서 ‘소두들’이란 지명이 왔다 한다.

왕모산성길 경로는 다음과 같다. 고산정~잠수교 입구 삼거리~가사마을~월명정~두 번의 갈림길~벽력암 전망대~맹개 마을~경암~임도·단천교 갈림길~단천주차장~문곡농장~백운쉼터~백운지정류장~단천교 앞 ‘묵시골 입구’ 정류장~밀골 독립가옥 위 삼거리~폐가옥~나무 덱 길 갈림길~왕모산 등산로 갈림길~칼선대(갈선대)~왕모당을 거쳐 왕모산 주차장에 도착한다. 안내도의 산행 거리는 약 12㎞이며, 4시간30분 안팎 걸린다. S자로 굽어 도는 낙동강을 따라 옛길을 걷고 바위 벼랑과 고택 등 시시각각 변하는 경치로 예상 산행시간은 큰 의미가 없다.

퇴계의 제자 금난수가 1564년께 지었다는 고산정을 출발해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간다. 잠수교 입구 삼거리에서 안동 선비순례길 5코스 안내도가 있는 왼쪽 길로 꺾는다. 가사 마을 뒤로 멀리 축융봉 능선이 마을을 포근히 감싼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산촌 풍경이 펼쳐진다. 이내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개울의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면 가송리 마을 종합안내판이 서 있다. 오른쪽 왕모주차장(11.5㎞)으로 꺾는다.

이육사 선생이 저항시 ‘절정’을 썼다는 칼선대에 서면 낙동강이 단사마을을 물도리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칼선대에서 쓴 이육사 시 ‘절정’

마을을 벗어나 독립가옥 오른쪽 낙동강가의 월명정에 15분이면 도착한다. 강물이 오리봉에 막혀 ㄷ자 형태로 돌면서 벼랑 아래에 깊은 소(沼)를 만들었다. 여기에 보름달이 밝게 비추어 월명담 월명소 월명당이라 했다. 용이 숨어 살았다는 전설이 있으며, 가뭄이 들면 고을 수령이 기우제를 올렸다고 한다. 정자는 2020년 4월 월명소가 잘 보이는 곳에 세우고 월명정이라 했다. 왕모산성(10.7㎞)·칼선대(9.7㎞)·벽력암 전망대 방향으로 강으로 내려간다.

왕모산성 길이지만, 바위 벼랑을 돌아 단천리 주차장까지 낙동강을 끼고 가는 산길 구간을 일명 ‘가송리 예던길’이라 따로 부른다. 안전 울타리가 설치된 강변 바윗길을 넘어서니 이끼 낀 벼랑을 타고 가는 물줄기가 떨어진다. 한낮 기온은 여전히 무더워 시원한 옥수로 목을 축였다. 월명소와 벽력암의 치솟은 바위 벼랑을 에돌아가는 길로 딱 한사람이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다. 두 번의 가재미골 갈림길에서 맹개마을은 직진하며 약 55분이면 콘크리트 임도가 나오면서 오른쪽 벽력암 전망대에 도착한다.

절벽 아래 깊은 못은 한속담이며, 강 건너 올미재에는 농암종택이 있다. ‘어부가’로 알려진 조선 중기 문신 농암 이현보(1467~1555)가 태어나 성장한 집이다. 원래 도산면 분천리에 있었다. 종택 왼쪽에는 농암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며 세운 분강서원, ‘하루하루를 아낀다’는 뜻인 선생의 별당인 애일당(愛日堂)도 보인다. 이 건물들은 1976년 안동댐 건설로 그 일대가 수몰되면서 여기로 모두 옮겨 왔다.

낙동강변 삼거리에 내려선다. 왼쪽 주차장(단천리·1.7㎞)으로 향한다. 오른쪽 낙동강 건너 치솟은 바위는 학소대이고, 농암종택에서 맹개마을로 강을 건널 때 이용하는 트랙터가 있다. 이황 선생이 1564년 마지막 청량산 산행을 하며 ‘내 먼저 고삐 잡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네’라며 벗에게 시를 썼는데, 맹개가 그림 속 그 마을이란다. 귀농한 박성호씨가 팜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으며, 밀로 만든 진맥소주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퇴계 선생이 이름 붙였다는 맹개마을 앞의 경암과 학소대.


오른쪽 강 가운데 퇴계선생이 명명했다는 ‘경암(景巖)’을 보고 온다. 너른 메밀밭에서는 둘레길이 따로 안 보여 막막했다. 밭 오른쪽 끝으로 메밀을 밟지 않도록 주의하며 가면 선비 순례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메밀밭을 지나면 덱 길과 연결되고, 둘레길은 왼쪽 주차장(0.9㎞)으로 꺾어 가파른 통나무계단을 잠깐 올라 쉼터에 선다. 잔도 같은 길을 따라 아름드리 홍송 숲을 빠져나간다. 약 35분이면 임도에 닿아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가송리 예던길이 끝나는 주차장을 지난다. 왕모주차장은 6.7㎞ 남았다.

거칠게 흐르던 강물은 맹개마을 앞의 여울을 지나면서 잔잔해져 길고 맑은 호수를 이룬다 해 이 일대를 ‘미천장담(彌川長潭)’이라 한다. 둑길은 문곡 농장을 지나가는데, 15분이면 정자인 백운 쉼터에서 땀을 식힌다. 멀리 왕모산이 보인다. 다시 15분이면 단천교 입구 묵시골정류장에서 왕모주차장(4.9㎞)은 직진한다. 정면에 왕모산 능선이 내려와 낙동강으로 떨어지며 폭이 약 1㎞인 병풍바위를 빚어 놓았다. 퇴계 선생이 단사마을 앞에 있어 ‘단사협(丹砂峽)’이라 했다고 한다. 그 끝에 곧추선 바위가 칼선대이다

콘크리트 길은 밀골의 독립가옥을 거쳐 작은 다리를 건너고, 약 20분이면 갈림길에서 이정표가 반긴다. 오른쪽 칼선대(2.7㎞)·왕모산성(3.7㎞)으로 튼다. 고개까지 포장된 임도를 올랐다면 이제 산비탈을 돌아가는 흙길을 걷는다. 작은 나무 다리를 건너 폐 가옥을 지나 25분쯤이면 갈림길이다. 오른쪽 내살미·왕모당·왕모산주차장으로 꺾어 덱 길을 간다. 왼쪽은 왕모산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계곡에 놓인 나무다리를 건너 20여 분 덱 길을 가면 ‘국가지점번호 마바 2387 6030’ 표지판이 선 왕모산 등산로 갈림길이다. 칼선대는 오른쪽이다. 왼쪽은 왕모산 정상 방향. 1, 2분이면 오른쪽 봉긋한 봉우리가 ‘칼끝 같다’는 칼선대이다. 오른쪽 멀리 건지산과 사이에 낙동강이 유장하게 흐르며, 청량산 축융봉 등이 조망되는 전망대다. 이육사는 칼선대에 올라 저항시 ‘절정’을 썼다. 이육사 문학관이 보인다. 왕모산성에 공민왕의 어머니 명덕태후를 모신 왕모당을 거쳐 25분이면 왕모산주차장에 도착한다.

◆교통편

- 거리 멀어 당일산행 땐 ‘고산정’까지 자차 권장

거리가 멀어 대중교통은 당일 산행이 불가능하다. 승용차 이용 때는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길 177-42 ‘고산정’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설정하고 간다. 정자 입구에 5, 6대 승용차를 댈 만한 주차공간이 있다. 산행 뒤 왕모산주차장에서 도산개인택시(054-954-3141·010-7354-1033, 택시비 2만8000원 선)를 불러 승용차를 주차해 둔 고산정으로 간다.

대중교통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우등버스를 이용하거나 부전역에서 열차로 안동으로 간다.

동부터미널에서 안동행 버스는 오전 7시5분 8시5분 10시5분 등 9회 운행한다. 약 2시간 40분 소요. 부전역에서 안동역은 오전 7시20분 9시5분에 있다. 안동터미널과 역 앞에서 110번 버스를 타고 교보생명정류장에서 내려 건너편 정류장에서 512번 청량산행 시내버스로 환승한다. 첫차는 오전 5시50분이며 소두들정류장에서 마을 안 가송마을정류장을 거쳐 청량산으로 향한다. 오전 8시50분 11시50분 버스는 가송마을 입구인 소두들정류장에서 내린다. 안쪽 가송정류장과 소두들정류장에서 고산정까지 걸어서 약 15분과 30분 걸린다.

산행 뒤 왕모산 주차장 입구 왼쪽 내살미정류장에서 안동터미널로 나가는 ‘급행 3번’ 버스는 오후 2시, 5시40분에 있다. 버스시간이 안 맞으면 도산면소재지인 온혜정류장까지 도산개인택시를 이용한다. 온혜정류장(오후 3시45분 4시30분 5시 6시30분 7시10분 8시40분)에서 512번 버스가 교보생명정류장으로 간다. 안동터미널에서 부산행은 오후 4시5분 5시 8시35분 있으며, 안동역에서 부전역 가는 열차는 오후 5시31분 7시14분에 떠난다.

문의=문화라이프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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