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국민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가 [왜냐면]

한겨레 2024. 8. 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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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여 동안 훼손해 온 국익과 국격은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국민이 주지하는 사실이고, 또 여러 여론조사 수치상으로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 시절에는 수사를 제대로 하든가 못하든가, 그것은 개인의 신상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겠지만, 대통령으로선 그 잘잘못이 5천만 국민에, 또 5천년 역사에 길이 남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는 있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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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용식 | 한국방송대 명예교수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여 동안 훼손해 온 국익과 국격은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국민이 주지하는 사실이고, 또 여러 여론조사 수치상으로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책이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4대 국가 기본 축에서뿐만 아니라 인사 문제나 가정사에 이르기까지 손대는 곳곳마다 나타나고 있다. 부디 그만 좀 나라를 망쳤으면 좋겠다. 짧은 글에서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고, 대표적인 것 하나만 논하겠다.

그것은 윤 대통령의 친일 외교다. 강제노역 관련 “제3자 변제”라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한국인으로서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 일을 시킨 자가 아닌 일을 한 우리 쪽이 왜 임금을 물어야 하나 말이다. 이는 상식 이하다. 아베 전 일본 총리가 말했다는 “조선인은 미련하”기 때문에 적당히 구슬리면 된다는 식의 외교에, 우리 정부가 넘어간 게 아닌가.

다음에 이어지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서도,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일본 쪽 입장을 한국 쪽 입장보다 더 우선시함을 볼 수 있었다. 이러다가 독도까지 넘겨주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도대체 왜 미련하게 양보만 하는지…. 이쯤 되면 일본도 오히려 ‘미련함’을 넘어 ‘바보’ 취급하려들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바보가 돼도 우리 한국민은 바보가 될 수 없다. 한국은 2023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6194달러로 일본을 401달러나 앞섰다. 명실공히 우린 선진국 국민이다. 국민 수준을 지도자가 못 따라오고 있는 형국이다. 윤석열은 1%도 안 되는 0.79% 차이로 당선됐지만 나머지 국민은 더 수준 높은 지도자를 원했고, 실제로 국민이 대통령보다 높은 수준의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가들이 흔히 국민의 수준을 못 따라간다는 말이 있듯이, 이번 독립기념관장 인사에서도 그러했다.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된 김형석은 “나는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그의 과거 행적이 뉴라이트 인사들과 거의 같은 걸 어쩌랴.

인사 문제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국민의 지지가 있건 없건, 윤석열은 ‘마이웨이’다. 그러면서도 말로는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한다. 말뿐이다. 옳다면 따라야 하잖는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윤석열은 학습능력도 없는 것 같다. 평생을 사람들의 유무죄만 따지고 살았으니 “정치는 예술”이란 말의 융통성, 함축성을 이해 못 하고 항상 고집불통이다, “방향은 옳은데, 언론이 제대로 홍보를 안 해서 그렇다”고도 했다. 자신은 늘 옳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여기에 정부의 온갖 실정의 근원이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정책의 방향을 정할 때는 혹 ‘천려일실’(천 가지 생각 가운데 한 가지 실수)이라도 있을세라, 여론이나 언론은 물론, 전문가나 원로들에게도 널리 자문하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검사 시절에는 수사를 제대로 하든가 못하든가, 그것은 개인의 신상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겠지만, 대통령으로선 그 잘잘못이 5천만 국민에, 또 5천년 역사에 길이 남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는 있는지 알 수 없다.

끝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혹 한국을 친일국가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그것을 당장 버리라. 그렇지 않으면 한국 선진 국민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넘어설 것임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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